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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은 경제공동체"… 모범 사례는?

입력
2022.02.18 10: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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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공화국의 속살]
정종열 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
"가맹점을 거래 대상 아닌 존중해야 상생"
제대로 된 가맹점주 단체 하나 못 만들어
"모범 사례 될만한 회사 하나 나왔으면…"

지난달 25일 서울시 서초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실에서 정종열 가맹거래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시 서초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실에서 정종열 가맹거래사가 이야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가맹거래사는 ‘프랜차이즈 전문가’로 불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한 이들로, 가맹사업 희망자에게 법률 자문을 해주고 사업성도 검토해준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양쪽 입장에 모두 서 본 사람들인 셈이다. 본사와 가맹점, 가맹점과 가맹점 사이의 ‘치킨게임’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맹거래사인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의 답변은 간단했다.

“인식부터 바꿔야 해요. 가맹점을 원부자재를 넘기는 유통 단계로만 보지 말고, 경제 공동체로 봐야 해요. 가맹점끼리도 마찬가지예요. 그게 전부입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이 많다.

“가맹점 숫자는 급증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거품도 많이 끼었다. 지금은 코로나19 특수로 치킨집이 잘되고 있지만, 2, 3년 전만 해도 치킨집은 ‘자영업자의 무덤’이었다. 2000년 초반에 급증했다가 2010년대 중반엔 개·폐업 수가 비슷해졌고,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에는 오히려 폐업이 더 많았다. 치킨이 '국민 간식'이라, 다들 잘될 줄 알고 진입했다가 낭패 보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양도·양수하겠다는 치킨가게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17일 치킨 가맹점주들이 모인 카페에 양도·양수와 관련된 글이 올라와있다. 독자 제공

17일 치킨 가맹점주들이 모인 카페에 양도·양수와 관련된 글이 올라와있다. 독자 제공

-치킨가게는 왜 오래 운영하지 못하나.

“치킨 프랜차이즈는 배달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보니 임대료 부담과 창업비용이 낮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졌고, 영업이익도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 열심히 일해도 그만큼 돈을 못 버니 버티지 못하는 거다. 최근엔 배달 앱 수수료 때문에 남는 게 없다고 성토하는 사람들이 많다. 위험 전조라고 본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만의 특성이 있나.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가맹점주로 구성된 단체가 하나도 없다.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하지만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선 점주협의회 활동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노골적으로 얘기한다. 그래서 사실상 다 파괴된 상태다. 본사에선 ‘치킨 가맹점주는 언제든지 대체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른 업계보다 가맹점주에 대한 존중이 없다고 봐야 한다. 프랜차이즈 점주가 계약상 ‘종속된 자영업자’는 맞지만, 치킨업계는 그 정도가 심하다. 일부 회사는 가맹점 개·폐점 시간과 휴일까지도 제한한다.”

-본사와 가맹점은 어떤 관계여야 하나.

“프랜차이즈의 본래 뜻은 ‘권리’다. 무형의 권리를 사고파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는 물류 마진으로 먹고사는 유통업에 가깝다. 본사 매출이 오르면 점주도 돈을 버는 게 이상적이지만, 한국에선 비례하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문화 자체가 성숙하지 못해서 그렇다. 모범이 될 만한 회사가 나타나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최근에는 가맹점끼리 출혈 경쟁도 심하다.

“정부가 총량제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업종별로 점포가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업지역을 설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과도하게 출점하면 무한 경쟁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 ”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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