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지법 재판 개시 전 합의 내용 판사에 보내
혐의 내용 언급 없이 "성폭행 피해자 권리 위해 기부"
英 매체, 소식통 인용해 "합의금 총액 195억원"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을 사고 있는 앤드루(61) 영국 왕자가 자신에게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청구한 피해자와 소송 개시 전 합의했다. 그가 성폭행을 저질렀는지, 합의금이 얼마인지는 공식적으로는 공개되지 않았다.
앤드루 왕자와 피해자 버지니아 주프레 측 변호사는 15일(현지시간) 루이스 카플란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 판사에게 서한을 보내 두 사람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앤드루 왕자가) 다음 달 10일로 증인신문 날짜가 설정되자 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합의와 함께 공개된 양 측의 성명에서 앤드루 왕자는 혐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주프레에 대한 합의금과는 별도로 성폭행 피해자들의 권리를 위해 기부금을 낼 것이라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으면서 “피해자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을 후회한다”고도 밝혀 사실상 성폭행을 저지른 것을 인정했다는 해석을 불렀다.
공식적으로 합의금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데일리미러는 소식통을 인용해 앤드루 왕자가 주프레에게 1,000만 파운드(약 163억원) 합의금을 지불하며 200만 파운드(약 32억원)를 자선단체에 기부한다고 전했다. 영국 매체들은 앤드루 왕자가 스위스에 소유하고 있는 별장을 매각해 합의금을 충당하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사유지에서 나오는 개인 소득을 일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앤드루 왕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으로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의 동생이다. 2001년 미국의 억만장자 엡스타인과 당시 17세 미성년자인 주프레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앤드루 왕자는 지금까지 주프레를 본 기억이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지난해 성폭행 가해 혐의를 받자 “(주프레가) 근거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소송을 걸었다”고 비난했다. 지난달에는 과거 엡스타인이 주프레와 면책 합의를 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주프레가 자신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 이 면책 합의에 어긋난다는 상식 이하의 논리를 펴기도 했다. 엡스타인-주프레 간 면책 합의로 자신의 법적 책임도 면책된다는 주장이었다. 엡스타인 성폭행 피해자를 대변하는 리사 블룸 변호사는 가디언에 “(주프레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 냈다”며 “기념비적인 승리”라고 밝혔다.
합의에도 불구하고 앤드루 왕자의 왕실 및 군 직함이 복원될지는 미지수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앞서 앤드루 왕자의 손해배상 소송 피소 후 그의 직함을 박탈했다. 다만 그는 다음 달 29일로 예정된 부친 필립공 추도식에는 참석할 예정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왕실이 앤드루 왕자와 피해자의 합의에 대한 보도에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앤드루 왕자의 어리석음과 오만함이 모든 것을 희생시켰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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