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강한 성체 줄기세포 이식 대신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방법 사용
적합성 부분 일치해도 치료 성공 가능성 보여
미국 의료진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ㆍ에이즈)을 일으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여성 환자를 완치하는 데 성공했다. 1981년 에이즈가 발견된 이후 40여 년 만에 첫 여성 치료 사례이자 세 번째 완치자다. 특히 제대혈(탯줄 및 태반 혈액) 줄기세포 이식 방법을 이용한 치료가 성공하면서 인류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HIV 치료에 새 장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본 브라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박사와 데버라 퍼소드 존스홉킨스대 박사팀은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레트로바이러스 및 기회감염 콘퍼런스(CROI)’에서 HIV 완치 사례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완치된 환자는 중년을 넘긴 혼혈 여성으로 지난 2013년 6월 HIV에 감염됐다. 이어 2017년 3월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까지 더해지면서 생명이 위험해졌다. 의료진은 그해 8월 이 환자에게 HIV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막는 변이를 가진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제대혈이 인체에서 자리 잡는 6주 동안엔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가족으로부터 수혈을 받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이후 3년여 동안 이어온 기존 HIV 치료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는 2020년 말 중단됐다. HIV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지금까지 14개월 이상 혈액에서 HIV는 검출되지 않고 있다. 백혈병 역시 완치됐다.
제대혈 줄기세포로 HIV가 완치된 것도, 감염자 중 여성이 완치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HIV 완치 판정을 받은 사례 2건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이들은 성체줄기세포 골수 이식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3,800만 명이 HIV에 감염돼 있고 여성 감염자도 절반에 달하지만, 치료에 참여하는 여성 감염자는 11%에 불과하다.
이번 사례가 HIV 치료의 폭을 넓힌 것은 분명하다. 인종 및 민족에 민감한 골수 이식 대신 제대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다. 스티븐 딕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에이즈 전문가는 NYT에 “(완치 환자가) 혼혈이면서 여성이라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며 “성별 및 인종적 배경을 깼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짚었다.
큰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도 핵심적인 부분이다. NYT는 이번 환자가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후 17일 만에 퇴원한 데 비해 앞서 골수 이식을 통해 완치된 두 명의 환자 중 한 명은 모든 인체 면역체계가 대치되면서 ‘이식편대숙주병(GVHD)’에 걸려 생명이 위기에 놓였었고, 다른 한 명도 청력 상실과 여러 다른 감염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