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 "연간 900만명 이상 사망"
저소득 국가에 오염 몰리는 '환경적 불평등' 심각
전 세계가 2년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에 떨고 있지만, 정작 독성 화학물질 오염이 인류에 더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코로나19 백신 불평등처럼 저소득ㆍ저개발 국가에 오염물질 피해가 집중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15일(현지시간) 살충제, 플라스틱, 전자 폐기물, 방사능 유출 등으로 인한 오염으로 연간 최소 900만 명 이상이 조기 사망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시작된 후 18개월 동안 발생한 사망자의 2배 수준이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019년 말 코로나19가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관련 사망자는 약 590만 명이다.
보고서는 특히 소속 국가와 소득에 따라 독성 화학물질 및 오염에 노출될 위험이 달라지는 '환경적 불평등'을 강조했다.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중 92%가량이 저소득 및 중위소득 국가에 집중돼 있다는 게 핵심이다. 소위 ‘저개발국가’에서 매년 830만 명 이상이 독성 화학물질 탓에 죽음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의료서비스 부족과 열악한 노동 환경, 독성물질에 대한 지식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런 환경오염이 집중된 '희생 지대(sacrifice zone)'에 대한 정화 조치가 시급하다고 유엔은 강조했다. 희생 지대는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거주하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오염된 장소로, 대부분이 저소득 지역에 위치해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주요 공업도시 바오터우와 인도 뉴델리, 옛소련 시절 456차례 핵폭발 실험이 이뤄졌던 카자흐스탄 세메이 지역 등이 꼽힌다. 2011년 대지진이 발생해 방사능 유출이 이뤄진 일본 후쿠시마도 포함됐다. 희생 지대의 경우 오염을 발생시키는 시설을 폐쇄하거나 시민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필요할 경우 공동체 자체를 이주시키는 적극적인 조치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보이드 유엔 특별보고관은 "최근 독성물질과 오염으로 인한 위기를 관리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며 "우리에겐 더 노력해야 할 도덕적,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달 28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제49회 정기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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