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시절부터 손꼽히는 예산통
광진구 곳간 4년간 3000억 늘려
저출산 문제도 근본적 해법 찾아야
서울 광진구의 가장 큰 숙원사업은 지하철 2호선 지중화다. 강변역부터 건대입구역까지 구의 복판을 ‘지상철 2호선’이 지난다. 이 때문에 진행 중인 각종 개발 사업도 빛이 바래거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2호선 지중화는 1995년 조순 전 서울시장 때부터 나온 얘기지만, 2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재원 탓에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진척이 없다. 그러나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비용 보전과 지하공간 민자유치 사업 등을 통해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며 결정권을 쥔 정부와 서울시에 결단을 촉구했다. 서울시의원 시절부터 '예산통'으로 불리는 그를 15일 만났다.
-어떤 시장도 손대지 못한 '2호선 지중화'를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약했다.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구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장기사업'이라는 단서를 달고, 임기 동안 최소한 지중화 사업의 토대라도 만들어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공약에 포함시켰다.”
-결국 재원 문제다. 광진구 차원의 구상은.
“1995년에도 2조 원 정도의 돈이 들 것으로 추계됐으니, 지금은 이를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서울시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비용이 연간 5,000억 원에 이른다. 무임승차는 정부 정책인 만큼 정부가 치러야 할 비용이다. 연간 손실액의 절반만 반영해도 2,500억 원이다. 재원의 상당 부분이 충당된다. 여기에 건대입구역 하루 유동인구만 15만 명이다. 주변 지하공간에 대한 민자유치 사업도 재원 확보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재정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자치구다.
“건국대와 세종대, 장로회신학대 등 대학과 어린이대공원, 어린이회관 등을 포함해 구 면적의 56%가 면세지다. 지방세 상당 부분이 재산세로 채워진다는 점에서 광진구가 불리한 조건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2018년 4,400억 원이던 본예산 규모를 올해 7,323억 원으로 만들었다. 66% 늘어난 것이다. 기금도 2018년 대비 817억 원 늘어난 1,776억 원을 확보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뛴 덕분이고, 이제 체감형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
-체감형 정책 중 저출산 대책이 관심을 끌었다.
"전국 모든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출산 장려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이 돈을 준다고 애를 안 낳을 젊은 부부가 갑자기 계획을 바꾸겠나. 중요한 것은 젊은 친구들의 가치관 변화다. 지금은 예전처럼 취직하면 결혼하고 애까지 낳는 인생 사이클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광진구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혼·가족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 형성 교육’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청 차원의 정책으로 들린다.
"그래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이 사업을 제안했다. 특히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넣지 말고 아이들이 재미있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만 요청했다. 성과 확인까지는 15년 이상 걸릴 사업이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거시적 정책이다."
-구청장 건의를 국무총리가 수용했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인가.
"지난해 11월 방역보고회를 했다. 형식적인 대회가 아닌 구청장과 주민들의 진정성 있는 소통 자리였다. 이 자리와 온라인 소통 창구에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운 사항을 청취했다. 그리고 지난달 6일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혜민병원)을 찾은 김부겸 총리에게 방역수칙 위반 과태료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전달했다. 억울하게 방역지침 위반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는 취지였다. 총리께서 긍정적인 답변을 했고, 지난 8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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