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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은 진화한다

입력
2022.02.17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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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권 돌파
1959년 을유세계문학전집이 최초
'여성' '장르문학' 내세운 새로운 전집도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지를 활용한 책이 소품으로 등장했다. 드라마 캡처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그 해 우리는'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지를 활용한 책이 소품으로 등장했다. 드라마 캡처

지난달 25일 종영한 김다미, 최우식 주연의 드라마 '그 해 우리는' 마지막 화에는 이나은의 '초여름이 좋아'라는 책이 등장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표지를 입은 이 책은 실제 존재하는 책이 아닌 드라마를 위해 제작된 소품이다. 저자인 이나은은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작가 이름이다. 극중 두 주인공을 잇는 주요 소재 중 하나로 이 세계문학전집이 꾸준히 등장해 온 만큼, 시청자를 위한 제작진의 깜짝 선물로 마지막 화에 등장한 셈이다.

위쪽 절반은 세계 명화 그림으로, 아래쪽 절반은 하얀 여백에 단색 제목으로 채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특유의 표지 디자인은 '세계문학전집' 하면 곧바로 떠오를 정도로 대표적 이미지가 됐다. 1998년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이윤기 옮김)를 첫 책으로 출간한 후 25년간 다양한 세계문학을 알리는 데 기여해 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통권 400권을 돌파했다. 400번째로 출간된 도서는 김수영 시인의 시론을 엮은 '시여, 침을 뱉어라'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통권 400권을 돌파했다. 민음사 제공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가 통권 400권을 돌파했다. 민음사 제공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국내 최초 400권 돌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0권 돌파는 국내 출판 역사에서도 뜻깊은 성취다. 앞서 많은 출판사들이 세계문학 시리즈를 낸 바 있지만 400권 고지를 밟은 것은 민음사가 최초다. 1995년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기획, 새로운 번역, 새로운 편집”을 모토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35개국 175명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했다. 셰익스피어나 단테 같은 고전부터 헤세, 쿤데라, 마르케스, 카뮈, 샐린저 등 현대문학 거장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개했다. 영미나 유럽뿐 아니라 제3세계 문학이나 한국과 아시아 고전도 폭넓게 포함했다.

57만 부가 판매된 J. 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공경희 옮김)을 비롯해 54만 부가 팔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44만 부가 판매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등 스테디셀러도 여럿이다. 전집의 전체 발행 부수를 다 합치면 2,000만 부로, 지금까지 발행된 시리즈를 위로 쌓아올리면 약 400㎞에 달한다.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의 45배 높이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인기...문학동네 등 뛰어들며 제2의 전성기

1959년 발간된 을유세계문학전집.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1959년 발간된 을유세계문학전집. 서울역사편찬원 제공

지금은 민음사가 세계문학전집의 대표 시리즈로 인식되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문학전집의 대표주자는 을유문화사와 정음사였다. 1959년 두 출판사는 나란히 국내 최초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선보였다. 뒤이어 1960년대 신구문화사가 '전후세계문제작선집'과 '현대세계문학전집'을 발간했고 1970년대에는 삼중당문고와 동서문화사, 삼성출판사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을유문화사의 100권짜리 을유세계문학전집은 한국 전집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방문판매 위축과 가로쓰기 활성화, 한글 세대 등장으로 인해 사양길을 걷던 세계문학전집은 민음사 성공에 고무된 출판사들이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러시아 문학 전문출판사로 출발한 열린책들이 2009년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필두로 전집 출간을 시작했고 같은 해 문학동네도 5년여의 준비과정을 거친 끝에 '안나 카레니나', '위대한 개츠비' 등이 포함된 세계문학전집 10권을 선보였다.

2012년과 2021년 각각 통권 200권을 돌파한 열린책들(왼쪽)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출판사 제공

2012년과 2021년 각각 통권 200권을 돌파한 열린책들(왼쪽)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출판사 제공

열린책들과 문학동네는 각각 2012년과 2021년 통권 200권을 돌파했다. 초창기 세계문학전집 시장을 이끌었던 을유문화사 역시 2009년 새 번역을 입은 세계문학전집 프로젝트를 재가동했고 10년을 맞은 2020년 100권을 돌파했다.

'여성' '장르문학' 앞세운 새로운 세계문학전집

최근 새롭게 선보인 은행나무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왼쪽)과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출판사 제공

최근 새롭게 선보인 은행나무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왼쪽)과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출판사 제공

전집 열풍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여러 출판사들이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을 기획 중이다. 후발 주자들은 목록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여성 작가 작품의 비율을 높였고, 추리 호러 같은 장르문학도 수용했다. 국내에는 낯선 동남아시아 문학도 조명 대상이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지난달 매달 한 권씩 출간하는 월간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에세'를 선보였다. 1월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시작으로 올해 12권을 선보일 예정이다. '등대로'를 제외한 나머지 11권 모두 국내 초역되는 여성 작가 작품으로 꾸린다. 휴머니스트 출판사 역시 최근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리즈'를 출간했다. 4개월마다 하나의 테마 아래 다섯 작품을 동시에 낸다. 시즌 1의 주제는 '여성과 공포'다. 마찬가지로 메리 셸리의 '프랑케슈타인'을 제외한 나머지 네 권 모두 국내 초역되는 작품이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지난달부터 '동남아시아총서' 시리즈를 시작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소설이 첫선을 보였고 앞으로 동남아 10개국 문학을 꾸준히 출간할 계획이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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