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운영 수익 기부자에 줄 듯
WFP 사무총장 66억 달러 지출계획 제시 다음날 기부
절세 효과 커…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엔 못 미쳐”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7조 원에 육박하는 통 큰 기부를 했다. 세계 최고 갑부로서 지난해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의 '통 큰 기부' 제안을 둘러싸고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인 뒤 거액을 기부한 것인데, 기부금이 실제 WFP로 가게 될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가 지난해 11월 19일부터 28일까지 테슬라 주식 504만4,000주를 기부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 주식의 가치는 매각 당일 주가 기준 57억4,000만 달러(6조8,719억 원)에 달한다.
기부금 수령인은 미확인 위탁사업체로 기부인의 이름도 서류에 언급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 관계자를 인용, 머스크가 기부자조언기금(DAF)과 같은 매개 기구에 기부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DAF는 기부금으로 펀드를 운용해 그 수익을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이 기부금이 WFP에 가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이 지난해 10월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금을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에게 요청한 이후 기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60억 달러(약 7조1,832억 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31일 SNS에 "만약 WFP가 정확히 어떻게 60억 달러가 세계의 기아를 해결할지를 설명할 수 있다면 내가 지금 당장 테슬라 주식을 팔아 그것(기아 해결)을 할 것"이란 글을 올렸다. 같은 해 11월 18일 비즐리 사무총장은 66억 달러 규모의 지출계획을 SNS에 올렸다. 머스크가 기부한 시점은 그 다음날이다.
이번 기부로 머스크가 누리게 될 절세 효과도 클 전망이다. 그는 110억 달러 정도를 세금으로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는 세금을 내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지분을 거의 10% 매각해 165억 달러(약 19조 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세금정책연구소의 밥 로드는 “(기부로 인한) 머스크의 세금 혜택은 엄청날 것”이라며 “(기부금) 57억4,000만 달러 가운데 40~50% 정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다만 머스크가 현재까지 기부한 금액은 그의 순자산의 1%도 안 돼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와 같은 억만장자의 기부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그동안 버핏과 소로스가 기부한 금액은 이들 순자산의 20%를 각각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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