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SSM 4사 매출 9.1%↓...낙폭은 확대
대형마트·편의점·식자재마트 사이 차별성 부족
"여전히 '동네 슈퍼' 수요 있다" 체질개선 골몰

게티이미지뱅크
전통적인 유통 강자 대형마트와 '폭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편의점 사이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동네마다 우후죽순 들어선 식자재마트마저 SSM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15일 유통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의 매출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슈퍼와 이마트에브리데이, GS더프레시,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매출 총합은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 2020년 감소율(-4.8%)의 두 배 가까운 하락세다. 전체 점포 수도 2020년 말 1,138개에서 지난해 말 1,103개로 줄었다.
SSM 4사 중 롯데슈퍼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롯데슈퍼의 지난해 매출은 1조4,5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줄었다. 구조조정으로 59개 직영 점포를 폐점한 영향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누적 영업이익 40억 원을 올려 2016년 이후 첫 흑자를 노렸던 롯데슈퍼는 4분기에만 9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5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매출은 1조2,953억 원으로 0.2%, 영업이익은 225억 원으로 18.8% 떨어졌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GS더프레시는 지난해 매출 1조2,610억 원(-1%)에 영업이익 220억 원(-31.3%)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비상장사인 홈플러스는 구체적인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지만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형 슈퍼마켓(SSM) 매출 변화. 각 사 실적보고서·대신증권 제공
뒷걸음질하는 SSM 입장에서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물론 식자재마트까지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게 위협적이다. 특히 편의점의 성장세는 무섭다. 산업부에 따르면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의 지난해 매출 총합은 전년 대비 6.8%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대형마트를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대형마트는 상품을 소분해 팔고, 편의점은 취급 품목 수를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며 "SSM만의 차별성과 장점이 희석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준대규모 점포로 구분되는 SSM이 대형마트와 같은 수준의 영업시간 규제를 받는 동안 비슷한 형태의 식자재마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세계로마트의 경우 2020년 매출이 3,9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는데, 지난해엔 더욱 규모를 불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자재마트' 이름만 단 변종 대형 슈퍼마켓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SSM 가맹점주들도 소상공인인데, 식자재마트만 소상공인 대우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SSM 업계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샌드위치 신세가 된 SSM 업계는 고정비와 판관비를 줄이고 가맹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아무리 온라인 장보기 시장이 성장하고 편의점이 커지더라도 여전히 '동네 슈퍼'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기회로 여긴다. 개정안에는 SSM 가맹점에 영업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한 달에 두 차례 의무휴업일 등 영업제한 규제가 사라져야 제대로 된 경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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