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글구조네트워크, 93곳 현장 방문 조사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동물이 실외에 무방비로 방치되거나 발이 쑥쑥 빠지는 뜬장에서 보호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일부 보호소는 입양희망자에게도 비공개로 운영돼 보호소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15일 '전국 시군 동물보호센터 실태조사 및 개선활동 2차 보고서'를 통해 유기동물 보호소들의 실태를 공개했다. 비구협은 2020년 영호남 보호소 47곳에 이어 지난해 지역을 확대해 93곳 보호소를 선정, 128회 방문을 토대로 조사 보고서를 만들어 이날 발표했다.
외부환경에 그대로 노출, 비닐하우스 뜬장서 관리도
충남 논산시가 위탁운영 중인 한 보호소는 혹서기와 혹한기에도 실외에서 유기견들을 관리해왔으며, 이로 인해 개들이 기생충에 감염되는 등 건강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동물을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외부에 표지판이 붙어 있어야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김세현 비구협 동물복지정책국장은 "처음 방문했을 때 비나 바람을 막아줄 지붕이나 집도 없이 허허벌판에 말뚝만 박아놓고 개들을 관리하고 있었다"며 "세 차례 방문하고 여러 번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논산시 관계자는 "동물단체들의 지적으로 실외에 지붕과 개집을 설치했다"며 "위탁운영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직영 동물보호센터를 설립해 조만간 동물을 이동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구협에 따르면 논산시 이외에도 충남 금산군, 경북 영천군 등이 실외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개농장에서 사용하는 뜬장을 활용해 오물 속에 유기동물을 방치하는 보호소들도 발견됐다. 충남 예산군은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기재돼 있는 장소와 다른 곳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뜬장에서 개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충남 청양군도 천막 아래 뜬장 속에서 개들을 키우고 있었다. 김 국장은 "두 곳 모두 오물, 악취 등으로 개농장을 방불케 할 만큼 시설이 열악했다"고 전했다.
특히 위탁운영자가 동물병원인 경우 예산군과 같이 APMS에 기재된 주소와 다른 곳에서 보호소가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는 사례가 많았다. 비구협이 확인한 케이스만 경북 문경시, 전남 장성군 등 10여 곳에 달했다.
경북 청도군 등 내장형 등록칩 리더기도 없어
입양 후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비구협은 지난해 7월 기준 전북 순창군 보호소의 입양률이 55%로 높은 점을 파악하고, 실제 진돗개를 입양했다는 가정 2곳을 방문했지만 개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순창군 포획관리자는 전직 개농장 운영자로 보호소에 있어야 할 개 3마리를 본인 집 뜬장에서 관리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전북 완주군에서는 사냥업자가 사냥개 번식을 위해 보호소에 있던 핏불 암수 2마리를 입양한 사실이 밝혀져 반환되기도 했다.
이외에 강원 고성군, 전남 화순군, 경북 청도군은 내장형 등록칩 리더기를 구비하지 않아 유실동물을 반환할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소 직영화 비율 높이고 투명성 강화해야
비구협은 △직영화 비율 확대 △개방성과 투명성 강화 △입양 활성화를 위한 동물생산·판매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 등을 보호소 부실운영을 막기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 제시했다. 비구협은 "직영화를 이룬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선진국형 유기동물 보호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또 보호소는 적극적 분양을 위해서라도 사회적으로 개방된 시설이어야 하며 입양률을 높이기 위해 펫(pet) 산업 종식을 위한 법률과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세현 국장은 "올해부터 보호소 입소 후 바로 유기동물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를 의무화하는 등 개선된 내용의 동물보호소 운영지침이 적용된다"며 "지침이 강화되는 일은 반갑지만 지자체가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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