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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미국 홀린 비비, '날것'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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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미국 홀린 비비, '날것'의 매력

입력
2022.02.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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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신만의 음악으로 미국 시장을 사로잡은 가수 비비. 비비 SNS

최근 자신만의 음악으로 미국 시장을 사로잡은 가수 비비. 비비 SNS

"개, 고양이, 거북이같이 날것이니 주의하시오."

가수 비비가 과거 한 인터뷰 당시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한 글귀'로 언급한 문장이다. 그의 말대로 비비의 매력은 '날것'에 있다. '네이키드 비비(Naked BiBi)'라는 그의 풀네임에 담은 의미처럼 그는 기교를 가득 담아 정교하게 다듬어낸 음악 대신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모든 감정을 가감없이 담아낸 노래로 무대를 채운다.

비비의 출발점은 2018년 SBS '더 팬'이었다. 당시 타이거JK와 윤미래의 추천으로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비비는 과거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린 작업물을 우연히 듣게 된 윤미래가 직접 연락처를 수소문해 소속사 필굿뮤직에 영입했다는 놀라운 이력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도전 결과 역시 성공적이었다. 비비는 '더 팬'을 통해 음악성은 물론 스타성까지 입증하며 입지를 다지는데 성공했다.

이후 정식 데뷔에 나선 비비는 쉴틈 없는 활동을 이어갔다. 독보적인 음색과 자신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일명 '메이저'로 구분되는 K팝 신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소재나 콘셉트, 가사의 도전은 비비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일례로 그가 지난 2020년 딩고와 함께 발매한 신곡 '쉬가릿(she got it)' 가사에서는 담배와 콘돔(발매 당시 가사에는 con them이라 표기했다) 등 금기시돼 온 소재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심지어 훅 부분에서는 나른한 목소리로 콘돔을 반복해 부르기까지 한다.

이같은 음악적 행보를 '비비 유니버스'라 칭한 비비는 "이것은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감정을 인격체로 만들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아주 사소하고도 감성적인 세계"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동안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스타일의 음악과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에 호불호가 갈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대중적인 지표를 위한 음악을 좇기 보다 자신의 색깔과 이야기를 담은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을 지향한 비비의 행보는 K팝 시장에서도 입소문을 탔고, 그만의 영역을 탄탄히 굳혀나가는 중이다.

오히려 비비의 음악 세계에 먼저 열광한 것은 미국 음악 시장이었다. 국내에 비해 비교적 개방적인 서구권에서 자유롭고 당찬 매력의 비비 표 음악은 리스너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무대 위에서 보여준 비비의 여유롭고 당돌한 애티튜드도 현지 팬들을 홀린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88라이징의 'Head In the Clouds 페스티벌'에 참석해 관객들을 만났던 비비는 '쉬가릿' 공연 중 관객들에게 콘돔을 뿌리는 깜찍한 퍼포먼스를 하는가 하면 관중석의 여성 팬에게 과감한 키스를 선물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K팝 가수로서는 흔치 않은 행보는 국내는 물론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고, 범상치 않은 비비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알리는 계기가 됐다.

미국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음악에 대한 호평 속 음악 차트에서의 성적 역시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미디어베이스의 발표에 따르면 88라이징과 비비가 컬래버로 발매한 HITC 싱글 '더 위켄드(THE WEEKEND)'는 '미디스베이스 톱40' 팝 라디오 차트 2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앞서 블랙핑크 리사의 솔로곡 '머니'가 기록했던 35위보다 6위나 높은 성적이자, 한국 솔로 여성 가수로서는 최초·최고 기록이다. 특히 해당 차트는 미국 및 캐나다 180여 개의 라디오 방송에서 재생된 노래를 집계해 발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비의 현지 인기는 단순히 일부 팬덤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대중성을 갖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비비는 '인생은 나쁜X(Life is a Bi...)'로 지난해 소속사 미국 유력 힙합 매체인 힙합DX가 선정한 '아시아 베스트 앨범'으로 선정, 음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음악 시장에 있어 '국경'이라는 한계가 없어진 지금, 자신이 가장 원하고 잘하는 음악으로 미국을 홀린 비비의 행보는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쏟아지는 관심과 매번 경신하는 새 기록에도 비비만의 음악 세계는 계속될 전망이다. 발칙하고 당당한 '날것'의 매력을 지닌 그의 음악이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이제 지켜볼 일만 남은 듯하다.

홍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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