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로맨스 스캠 피해액 6,550억원
피해자·액수규모 전년보다 70%나 늘어
전년比 청년층 피해·암호화폐 결제 증가
외로운 사람들의 허한 마음을 파고드는 금융 사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더욱 활개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나이 불문, 5만 명 이상이 온라인상 ‘거짓 사랑’에 속아 7,000억 원 가까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미 시장 감독 기구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만 5만6,000여 건의 ‘로맨스 스캠’이 신고됐다. 전년(3만3,000여 건)보다 70%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다 규모다. 피해 액수도 2020년 3억700만 달러(약 3,676억 원)에서 지난해 5억4,700만 달러(약 6,550억 원)로 급증했다. 2017년 피해액(8,700만 달러)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액수가 6배나 늘었다.
로맨스 스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친분을 쌓은 뒤 교제나 결혼을 빌미로 금전을 갈취하는 금융사기 수법이다. 텅 빈 마음을 파고든 사기 행위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지난해의 경우 기존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우선 그간 외로운 생활을 하며 말동무를 찾았던 70대 이상에서 피해자가 속출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에는 청년층 피해가 컸다. 에마 플레처 FTC 소비자보호국 연구원은 “모든 연령대에서 사기 보고가 늘었지만 18~29세의 보고 건수는 2017년 대비 10배 넘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비율은 적시하지 않았다.
FTC는 원인을 감염병 확산에서 찾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이어지고 재택 근무도 늘어나면서 젊은층에서도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었고, 이 틈을 사랑을 위장한 사기가 파고들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연인 행세를 하는 범죄자에게 ‘그럴듯한 구실’도 제공했다고 플레처 연구원은 설명했다. 이전에는 피해자가 직접 만남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계속 거절하면서 범죄가 들통났다면, 이제는 바이러스 확산이 핑계가 돼 범죄 사실을 알아채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려 피해가 커졌을 수 있다는 의미다.
로맨스 스캠 사기 피해 가운데 암호화폐 비중도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보고된 전체 피해액 가운데 25%(1억3,900만 달러)는 암호화폐로 지불됐다. 2020년보다 5배, 2019년보다는 25배나 증가한 액수다. 거짓 사랑을 무기로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를 받아 가로채는 사례가 늘었다는 의미다. FTC는 온라인상으로 만난 사람이 암호화폐를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뿐 아니라, 계정을 만들거나 투자하라고 설득할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