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승려대회 개최를 반대하는 기고문을 게재하는 등 조계종에 비판적인 보도를 해오던 불교계 언론매체 불교포커스가 15일 폐간했다. 불교포커스가 운영하던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도 이날 오전부터 뚝 끊겼다. 불교포커스는 2006년 2월 15일 출범해 16년 동안 불교계 소식을 전해왔다. 2015년 조계종으로부터 종단에 해를 끼치는 ‘해종언론’으로 지정된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신희권 불교포커스 발행인은 홈페이지를 닫기 전 올린 입장문에서 “불교계에 분명히 고쳐야 하고 바로잡아야 할 일이 있음에도 기존 언론의 역할이 부재하다는 생각에 불교포커스가 출범했다”면서 “아쉽게도 그때 세웠던 서원은 이루지 못했고 심지어 지금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폐간하는 이유로 신 발행인은 자신의 건강 문제와 함께 외부의 압력을 꼽았다. 신 발행인은 “불교포커스가 본의 아니게 순례지가 돼서 어떤 원력을 세웠다는 분들이 저희를 맑게 이끌겠다고 하면서 매일 와서 이곳에서 어떤 행위들을 하고 가신다”고 말했다. 그는 “조계종이 바로잡혔을 때 그들이 하지 않았어야 할 일 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판단, 폐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불교포커스는 지속적으로 조계종을 비판해왔던 매체다. 조계종은 2015년 불교포커스와 불교닷컴을 해종언론으로 지정해 광고를 중단하고 취재를 거부해왔다. 두 매체는 종단과 종단 기관지인 불교신문에 대해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고, 지난해 9월 그 판결이 확정됐다. 그런데도 조계종은 지난해 8월 불교닷컴에 대한 해종언론 지정을 철회했지만, 불교포커스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결국, 불교포커스는 현장 취재기자 없이 발행인이 운영하는 1인 영상 매체로 변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이 삼보사찰 천리순례 행사를 이용해서 자금을 모으고 종단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취지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행사에 참여했던 승려와 신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후로 최근까지 서울 중구의 불교포커스 사무실 앞에선 승려와 신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신대승네트워크 등 불교계 일각에서는 조계종이 ‘해종’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서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조계종 총무원은 불교포커스의 삼보사찰 천리순례 비판 방송에 출연했던 노조 간부를 해고하기도 했다. 배병태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총장은 “불교포커스가 불교시민사회 입장에서는 옳은 일, 바른 말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득권을 가진 교계, 종단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처럼 보였을 수밖에 없다”며 “해종언론으로 지정돼 종단 차원에서 탄압 아닌 탄압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계 언론은 숫자도 한정적일 뿐더러 재정과 인력이 제한돼 일반 언론처럼 웬만한 위험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성장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계종은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으로 지정한 것은 종단 차원에서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며 언론 탄압이 아니라고 맞섰다.
조계종 관계자는 “두 매체가 총무원장 선거 이전에 스님들의 정보를 이용해 허위를 사실처럼 보도하고 여론을 호도했다”면서 “불교닷컴은 자신들이 해종언론 지정 해제를 요청하고 중앙종회에 사과도 했다. 종단을 폄훼한 기사를 삭제하고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는 요청도 이행했다. 반면 불교포커스는 그러한 요청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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