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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술 전 환자 '숙고 시간' 안 준 의사, 설명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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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술 전 환자 '숙고 시간' 안 준 의사, 설명의무 위반"

입력
2022.02.1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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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설명 후 충분한 시간 주어져야"
대법 '병원 의사 승소' 원심 파기환송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의사가 환자에게 수술 위험성을 알려줬더라도 수술 여부를 숙고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면 설명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환자 A씨가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의사가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의료 행위에 관한 설명을 한 다음 곧바로 의료 행위로 나아간다면 환자가 의료 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이라며 "의사의 설명 의무가 이행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8년 요통·근력저하 등을 앓다 B씨 병원 척추센터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날 오후 A씨는 의사 표현에 어려움이 생기고 왼쪽 팔다리 근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생겼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는 뇌경색이 발견됐다. A씨는 수술 후 인지장애와 왼쪽 마비로 생활에 지장을 겪고 있으며 스스로 대소변을 조절·관리할 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수술 전 경동맥 협착 때문에 이미 뇌졸중 위험이 높았는데도 의료진이 별다른 조치 없이 수술했고, 뇌경색 발병 후에도 관리를 게을리해 치료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4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심은 이 병원 내과 의사가 수술 당일 검사 후 A씨의 보호자에게 '동맥경화가 없는 사람들보다 뇌졸중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기 때문에 설명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사의 설명 의무는 환자가 수술 여부를 판단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환자가 의료 행위에 응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그 의료 행위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을 환자 스스로 숙고하고, 필요하다면 가족 등 주변 사람과 상의하고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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