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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반세기를 설계한 흑인 건축가

입력
2022.02.1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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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폴 윌리엄스

1951년 무렵의 폴 윌리엄스. laconservancy.org

1951년 무렵의 폴 윌리엄스. laconservancy.org

미국 흑인 건축가 폴 윌리엄스(Paul R. Williams, 1894.2.18~ 1980.1.23)는 1920년대부터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1970년대 은퇴하기까지 네바다주 헤리리드 국제공항(당시 맥커렌 공항) 등 2,000여 채가 넘는 건축물과 프랭크 시내트라의 '버튼하우스' 등 저택, 서민주택단지를 (공동)설계했다. 흑인 최초 미국건축가협회 회원(1923년)인 그는 건축 관련 단체와 협회상뿐 아니라 수많은 인권상과 메달을 탔다.

만 4세 때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원을 거쳐 백인 가정에 입양된 그는 LA 디자인스쿨과 뉴욕 보자르디자인학교를 거쳐 남캘리포니아대에서 건축을 전공해 1921년 건축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졸업 전인 만 25세에 설계경연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던 그는 1922년 자신의 사무실을 열었다. 건축 경기가 뜨겁던 시절이었다.

캘리포니아라고는 해도 1920년대였다. 1937년 'American Magazine'에 기고한 '나는 검둥이입니다(I Am a Negro)'란 에세이에 그는 "내 능력 때문이 아니라 피부색 때문에 경멸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혹스러워하다가, 어눌하게나마 항의해보다가, 분노하다가, 결국 내 인종적 지위와 화해할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며 자신의 조건이 개인적 성취와 도전의식의 고취에 유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고객에게 '보여주기'보다 '나 자신'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강렬한 염원. "나는 더 멋진 능력을 얻고자 했고, 가치 있는 존재란 사실을 스스로에게 입증하고자 노력했다." 설계 도면을 거꾸로 그리는 능력, 즉 도면의 아래 위를 뒤집어 그리는 그의 독보적인 능력도 백인 고객을 마주보고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해야 하는 필요로 만들어진 거였다. 백인 (잠재)고객들은 흑인 건축가와 나란히 앉기를 꺼렸다.

훗날 그는 자신이 설계했거나 건축에 간여한 대다수 건축물 포괄계약서에 흑인 구매를 금하는 분리 차별 조항이 담겨있었다는 아이러니를 씁쓸하게 회고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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