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의약품·건강기능식품 도전
반려동물 고령화·인식 개선… 수요 늘어
기술력·인프라 활용… 시간·비용 대폭 단축
반려동물의 건강과 관련된 '토털 헬스케어' 시장 경쟁이 뜨겁다. 특히 인체용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인프라, 마케팅 역량 등으로 무장한 제약과 바이오업계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복용이나 투약도 가능한 전용 치료제와 건강기능식품 수요 등이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비롯된 행보로 보인다.
반려동물용 '치매'부터 '잇몸병' 치료제도 등장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이미 인체용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을 활용해 동물용 의약품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유한양행과 지엔티파마가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치료제 '제다큐어'는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인 성분 '크리스데살라진'을 활용했다. 동국제약은 대표제품인 치주질환 치료제 인사돌과 유사한 생약 성분을 적용, 지난해 8월 반려동물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정'을 선보였다.
전문 자회사 설립이나 신규 브랜드 론칭과 더불어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대에 나선 움직임도 포착된다. 일동제약과 종근당바이오는 프로바이오틱스 기술력으로 반려동물 유산균 제품을, 보령제약은 배변 장애를 예방하는 고양이 영양제까지 출시했다. GC셀의 자회사 '그린벳'은 사람이 건강검진을 받는 것처럼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진단검사와 예방·치료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성은 높고 접근성은 낮아
이처럼 제약·바이오 업계의 잇따른 반려동물 시장 진출의 배경은 시장 잠재력은 높고 진입장벽은 낮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해 3조7,694억 원으로 집계된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2027년엔 6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미 확보한 기존 기술력과 인프라를 활용하면 반려동물 의약품의 개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인체용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동물시험을 통해 효능과 부작용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 과정에서 동물용 의약품으로 개발을 확장하기 수월하다. 한 후보물질로 인체용과 동물용 의약품을 동시 연구하기도 한다. 대웅제약은 당뇨병 치료제로 후보물질 '이나보글리플로진'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면서 반려동물 대상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1~3상을 거쳐 제품화하기까지 보통 10년은 걸리는데, 동물용 의약품으로 방향을 전환하면 그 절반, 혹은 그 이상까지도 개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물용 의약품 부족으로 동물병원에서 인체용 의약품을 반려동물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향후 적합한 치료제를 찾는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인체용 의약품 성분은 384개로, 동물병원 1곳당 평균 25개 성분의 인체용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사용 중인 동물용 심장사상충약, 종합백신 등 기본적인 치료 범위를 넘어 치료제의 종류가 세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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