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면서 덩달아 소비자 간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이나 판매자가 물품 하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일반적인 온라인 판매와 달리, 플랫폼이 익명의 개인 간 거래(C2C)를 중개하는 중고거래의 경우 분쟁 해결이 더욱 쉽지 않은 탓이다.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간 분쟁은 총 4,177건으로 전년도(906건)에 비해 4.6배나 증가했다. 이 중에서 당근마켓 관련 분쟁은 1,620건으로 가장 높았고 번개장터(973건)와 중고나라(78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일반적으로 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당사자 간 해결이 기본이다.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거래자 간 대화 내용을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신고 기능으로 이용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으로도 플랫폼이 개인 간 거래 문제에 직접 나서야 할 근거 규정은 없다.
자체 해결이 불가능할 경우 분쟁 당사자는 경찰서나 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를 찾아야 한다. 지난해 조정위원회에서는 신청을 철회하는 비율(34%)과 조정에 성공하는 비율(26.3%)을 합쳐 절반이 넘었다. 다만 상대 거래자가 조정에 응하지 않거나 조정안에 합의하지 않는 건수도 37.5%에 달해 피해 구제가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조정이 안 되는 경우 민사소송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소액 거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드는 소송은 꺼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소비자 보호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개인 간 거래 특성상 중개 플랫폼에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와 상충되는 것도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지난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개인 판매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구매자에게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업계와 정치권의 반발로 한발 물러섰다. 현재는 범위를 '전화번호 등 연락처'로 좁힌 의원입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개인 간 분쟁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4조 원 선에서 형성됐던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0년엔 20조 원대로 급성장했다. 응용소프트웨어(앱) 분석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은 지난해 전체 중고거래 앱 사용자 수가 1월 1,432만 명에서 12월 1,775만 명으로 24% 증가했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만 10세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의 37%에 달하는 수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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