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시행된 전산 계란이력제에 반발
장외투쟁 이어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검토
"컴퓨터(PC) 못 하면 계란 장사도 못 하나요."
계란이력제 전산화의 전면 시행을 거부한 계란유통업계가 장외투쟁에 이어 법정소송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지난 3일부터 무기한 1인 시위에 돌입했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농식품부)와 진행 중인 협의에 진전이 없는 데다, 지난달 25일부터 시행 규칙이 적용되면서 전산화가 미흡한 영세 계란유통업계에게 돌아올 과태료 처분 등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계란 유통업계는 계란이력제 전산화가 폐기될 때까지 무기한 1인 시위를 이어가면서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고려하고 있다. 최근 축산물이력관리법 개정으로 계란껍데기에 표시해온 산란일자와 농장고유번호 등을 전산으로만 입력하도록 한 계란이력제 전산화가 시행되면서다.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관계자는 “주말인 오늘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농식품부 축산물평가위원회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나, 최악의 경우에는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 산재한 계란 수집 판매업장은 총 3,000여 곳. 이 가운데 상당수는 PC 사용이 어려운 60~70대 영세 소형판매업자다. 영세한 계란 유통업체들은 "전산화는 여러 명의 직원을 둔 대형업체나 가능한데, 제반시설을 만들어주거나 교육을 해주지 않고 (전산화 방식으로) 바꾸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농식품부는 2020년 1월 '계란이력제'를 도입했다.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 이후 식용 계란의 유통 경로를 확실하게 추적하고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문제가 발생하면 추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계란 유통업 단체들은 계란 껍데기에 산란일자와 농장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 등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했고, 입고검사서와 식용란 거래·폐기내역서, 식용란 선별포장확인서 등의 서류도 작성하게 됐다.
농식품부에선 지난달 25일부턴 유통업자가 각종 정보를 전산 시스템에만 입력하도록 조치를 강화했다. 신속한 계란의 추적과 관리를 위해서다. 강화된 조치는 당초 2020년 1월부터 시행예정이었지만, 식용란 수집판매업자의 대다수가 영세하고 이력제를 시행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에 개정 필요성이 제기됐고, 지난해 1년간 단속이 유예된 바 있다. 이에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전산시스템 미비로 인해 같은 달 25일까지 잠정 유예됐다.
하지만 고령의 영세한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계란 유통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시행 규칙을 따르긴 어렵다며 장외 투쟁에 나선 상태다. 실제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와 대한양계협회는 지난 3일 청와대 분수 앞에서 계란이력제 전자 입력에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연 뒤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간편하고 신속한 추적 관리를 이유로 전산화시킨 계란이력제 위반 시 돌아올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과도하다는 주장에서다. 전택수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사무국장은 "그동안 시행해온 계란이력제만으로도 계란껍데기에 산란일자와 농장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 등을 빼곡히 적어두고 있어서 혹여나 문제가 생기면 충분히 추적이 가능하다"며 "그럼에도 영세업자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막연히 1년간 유예한 뒤 준수하기 어려운 규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전자신고제를 시행하면 수기로 장부를 작성할 때보다 유통 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규칙 적용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농식품부 관계자는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방법을 마련하였으나, 계란유통상인이 신고에 어려움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지원해 나가겠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고령의 업계 종사자가 스마트폰에서도 정보를 입력할 수 있도록 전용 응용소프트웨어(앱)도 개발했다. 농식품부는 계란이력제 전산화로 유통 과정이 이전보다 투명해지는 점을 계란 유통업계에서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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