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뇌전증=불치병?’ 70~80%는 약물 치료로 일상생활 가능

입력
2022.02.13 18:50
20면
0 0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은 약으로 증세가 호전 또는 관해(寬解)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은 약으로 증세가 호전 또는 관해(寬解)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로마 황제 카이사르, 프랑스 나폴레옹,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뇌전증 (腦電症ㆍepilepsy)을 앓았다. 이들이 인류 역사에 남긴 업적을 되돌아보면 뇌전증에 걸렸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거나 사회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뇌전증은 사회적 편견이 심한 병이다. 특유의 경련과 흥분 상태 탓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사회적 편견을 줄이기 위해 병명을 ‘간질’에서 이같이 바꿨다. 심심찮게 ‘뗑깡부리다’라는 말도 일본의 예전 뇌전증 병명인 ‘뗑깡(癲癎)’에서 유래됐다. 지난 2월 14일은 '세계 뇌전증의 날'이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거나, 온몸이나 팔다리가 굳어지면서 규칙적으로 떠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이 돌아가거나 거품을 문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입안에 분비물이 많이 생기며, 멍해지기도 한다.

국내에는 36만여 명의 뇌전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뇌전증 진료 인원은 연간 15만 명에 그치고 있다.

대한뇌전증학회는 절반 이상 차이가 나는 배경에 대해 “사회적 차별 때문에 뇌전증을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환자가 많다”고 분석했다. 환자나 보호자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뇌전증 환자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10~20대와 70대 이상에서 많은 U자 형태가 그려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고령사회로 접어든 국가에서는 어린이 환자는 줄어들고 고령 환자는 증가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전히 상당수는 원인을 알지 못한다.

뇌전증 환자라고 하면 흔히 바닥에 쓰러져서 눈동자가 돌아가거나 입에 거품을 물고 팔다리를 떠는 발작 증상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침범된 뇌 영역에 따라 환자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의학적으로는 1981년 국제뇌전증연맹(ILAE)이 임상 증상과 뇌파 소견을 토대로 정한 기준에 따라 크게 △부분 발작 △전신 발작 △이외의 발작으로 구분한다.

대뇌피질의 일부 국소 부위에서 기인하면 부분 발작, 대뇌의 광범위한 부위에서 동시에 양측이 대칭적으로 시작하는 유형이 전신 발작이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항경련제 복용이다. 임희진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 환자 10명 중 7~8명은 약으로 증세가 호전 또는 관해(寬解)된다”며 “따라서 의사와 충분한 상담 후 최소 2~5년 이상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전염 가능성이 없고 1년에 2~3번, 대개 5분 이내 발작이 일어날 정도여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면 당뇨병ㆍ고혈압보다 관리하기 쉽다. 일부는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발작의 종류와 뇌전증 증후군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 상담과 처방이 필요하다. 약물 치료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30%의 환자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하고,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 전 두개강 내 전극을 이용한 뇌피질파 검사 등 충분한 검사로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신경 증상 등 합병증을 면밀히 검토한 뒤 수술 여부와 방법을 정한다.

최윤호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 수술법이 발달하고 치료 성적이 향상됐다”며 “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의 원인 병소가 뚜렷한 경우 1차적으로 수술을 고려한다”고 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도 미주신경자극술ㆍ뇌심부자극술ㆍ반응성뇌자극술ㆍ케톤생성 식이 요법 등 다양한 방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뇌전증 환자의 생활수칙]

1. 항경련제를 규칙적으로 먹는다. 약 복용 시간을 놓쳤다면 곧바로 약을 먹어야 한다.

2. 규칙적인 수면을 유지한다. 불규칙한 수면ㆍ수면 부족은 경련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3. 금주한다. 술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4. 심한 스트레스는 경련 발작을 유발하므로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피한다.

5. 수영ㆍ등산ㆍ과격한 운동 등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는 활동을 피한다.

6. 경련 발작이 반복되면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 1년 이상 발작이 없다면 담당 의사와 상의해 운전 여부를 정한다.

7. 환자는 임신하려면 복용 약물 조정을 위해 담당 의사와 상의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