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또 사망사고 발생
"시설노후화 안전불감증 탓"
55년간 386건 안전사고 발생
여천NCC 공동대표 "사죄드린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11일 국내 최대 규모인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노동자 4명이 숨졌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달 만에 여수국가산단에서 재차 발생한 인명 사고다. 위험이 큰 화학물질이 곳곳에 많이 쌓여 있는데다, 시설 노후화와 안전 불감증까지 겹쳐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6분쯤 여수시 화치동 여천NCC 3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열교환기 공기 누출 여부 확인을 위해 기밀테스트 작업을 하던 노동자 8명 중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조병만 여천YNCC 기술기획 상무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사고 순간에 열교환기 플로팅 커버(덮개)를 제거하다 주변에 4명, 밑에 1명, 좌우에 각 1명, 위에 1명이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8명의 사상자 가운데 7명은 협력업체 직원이었고, 이중 3명이 사망했다.
NCC는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해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에틸렌 이외에 프로필렌 등 기초합성수지, 합성원료, 합성고무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들어 낸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여천NCC는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이 NCC 부문을 통합해 1999년 출범시킨 회사다.
이날 사고는 공장 가동을 멈추고 열교환기를 시험 가동하던 중 발생했다. 화학공장 내 냉각시설인 열교환기의 내부 청소를 마치고, 전날에 이어 이날 두 번째로 시험가동 중이었다. 열교환기의 평소 운전 압력은 대기압의 10배 수준이나, 사고 당시에는 시험을 위해 압력을 대기압의 17배까지 높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열교환기는 화학공장 내 폐열을 증기로 바꾸는 시설로, 여천NCC 내 1·2·3 공장에 1,000여 개가 설치돼 있다.
1967년 준공된 여수국가산단에선 지난 55년간 386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50명이 숨지고 276명이 다치는 사고 다발 지역으로 악명이 높았다. 화학물질 유출과 폭발로 인한 오염으로 주변 주민 3,071명이 피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2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했다. '죽음의 산단'이란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것도 끊임없는 사고 탓이다. 전문가들은 시설 노후화 탓도 있지만 안전 불감증을 더 큰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다.
지난해 12월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이일산업 폭발 사고 조사 과정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사고 직후 조사에 들어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관리감독자가 국소배기장치와 안전보호구, 방폭기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는 등 109건의 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여천NCC 공장 폭발 사고와 관련해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여천NCC 직원은 960여 명으로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및 광주노동청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투입됐고, 여천NCC 3공장 전체의 작업이 중지됐다.
최금암 김재율 여천NCC 공동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 회사 차원의 안전대책을 더 강화하겠다"며 "사고 피해자와 가족,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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