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대표 프로그램 '오르간 오딧세이'
올해 진행 맡은 테너 김세일… 세 차례 공연 함께
"파이프오르간의 울림과 시차 즐기며 노래할 생각"
"파이프오르간과 성악 솔로는 '체급'이 맞지 않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오케스트라를 품고 있는 악기인 오르간은, 여러 악기 소리를 구현할 수 있어서 다채로운 반주를 표현해 내는 매력이 있어요."
유럽 무대에서 독보적인 복음사가(에반젤리스트)로 활동하는 테너 김세일(45)이 올해는 오르간과 함께 총 세 차례 국내 관객을 만난다. 롯데콘서트홀의 대표 프로그램 '오르간 오딧세이'의 진행을 맡으면서다. 파이프오르간은 워낙 웅장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합창단이 아닌 성악 솔로와 공연하는 일이 거의 없다. 더욱이 목이 악기인 성악가가 해설과 '연주'를 함께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오르간의 매력에 새로운 시도를 선택한 그는 지난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흔하지 않은 공연"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실제 현재 국내 콘서트홀에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된 곳은 롯데콘서트홀이 유일하고, 이곳에서 오르간 반주에 테너가 홀로 무대에 서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르간은 무대 뒤에서 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그 소리가 (무대에 선 사람의 귀에) 오는 데 시차가 생겨요. 노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 울림과 시차를 즐길 생각이에요. '무대가 선생님'이라는 말처럼 저도 이번 공연을 통해 성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세일은 동양인으로 드물게 종교적 극음악인 '오라토리오'에서 해설자 역할인 복음사가로서 유럽에서 인정받는 테너다. 2020년 말에는 그 활동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표창도 받았다. 정확한 발음과 전달력을 요구받는 복음사가로서의 활동 내공 덕분인지 국내에서도 공연 사회나 라디오 DJ 등을 종종 맡았다.
새로운 도전이라 선곡에도 공을 들였다. 김세일은 "첫 공연은 오르간 소리가 어울리는 바로크 음악을 중심으로 골랐고, 두 번째 공연은 조금 더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6일 열리는 첫 공연에서는 오르가니스트 박준호와 함께 헨델 오페라 '세르세' 중 '나무 그늘 아래', 세자르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 헨델 오라토리오 '메시아' 중 '모든 골짜기 높아지리라'를 선보인다. 특히 오라토리오를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유럽 문화로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이후 7월 20일(오르가니스트 최규미), 12월 21일(피아니스트 겸 오르가니스트 조재혁)에도 각기 다른 주제로 열린다. 모든 공연에서 건물 3층 높이에 설치된 5,000여 개의 파이프와 복잡한 장치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영상을 통해 보여주며 오르간의 원리 등을 설명하는 시간도 갖는다.
김세일에게 올해는 새로운 시도와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바뀌었던 일상을 회복하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2년 만에 유럽 공연을 하고, 5월에는 피아니스트 마르쿠스 하둘라와 함께하는 국내 공연도 준비 중이다. 이는 2020년 앨범 '슈만: 시인의 사랑, 리더크라이스' 발매 기념으로 하려다 여러 차례 취소된 공연이다.
2018년 국립 강원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로 임용된 그는 올해부터 2년 임기의 부학장직도 맡았다. 김세일은 "오로지 내가 가진 음악적 능력, 행정 능력 등을 나누고 싶었다"면서 "특히 강원도 지역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경향이 있어서 (이를 개선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