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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대파가 몸에도 좋아" 비타민C 풍부 신안 연백 대파가 으뜸

입력
2022.02.14 04: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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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우리 고장 특산물 : 신안 대파
매년 국민 1인당 대파 10단 8.2㎏ 소비
요리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빠지진 않아
임자도 자은도 등 신안 5개 섬 70% 생산
건강식품 입소문 최근 대파즙 주문 늘어

지난달 26일 전남 신안 자은면에서 대파 농사를 짓고 있는 강수현씨가 신안 대파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신안= 김성환 기자

지난달 26일 전남 신안 자은면에서 대파 농사를 짓고 있는 강수현씨가 신안 대파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신안= 김성환 기자

대파는 한국인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채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한 사람이 소비한 대파는 8.2㎏에 이른다. 한 단 무게가 800~900g이기 때문에 1인당 매년 10단을 소비한 셈이다. 주로 양념 채소로 먹는 탓에 소비량을 체감하기 쉽지 않지만, 가격이 폭등하면 가장 아쉬운 작물이 대파다. 대체재가 딱히 없는 탓이다.

요리에서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거의 없는 탓에 '대파가 거기서 거기지' 하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연백부(뿌리 위 흰색 부분)가 긴 대파가 가장 인기를 끈다. 그 중에서도 비타민C 함량이 높은, 30㎝ 이상 연백 대파를 으뜸으로 친다.

몸에 좋은 대파가 전국에서 생산되는 건 아니다. 섬의 고장 신안이 국내 최대 대파 산지다. 지난달 26일 찾은 전남 신안 서쪽 끝 자은도. 하늘과 맞닿은 자은도의 드넓은 대파밭에 도착하자, 매운 냄새가 눈과 코를 찔렀다. 대파밭에서 만난 강수현(49)씨는 "신안 대파가 전국구 명성을 유지하는 것은 섬의 토질 덕분"이라며 "전국을 다녀봐도 대파가 자라는 데 이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외지인이던 그가 7년 전 천혜의 자연 환경에 끌려 대파 농사를 시작한 이유다.

신안군 관계자는 "자은도와 임자도 등 신안의 섬 지역 토양은 게르마늄 성분이 다른 곳보다 풍부하고, 일조량과 해풍까지 적당해 대파가 자라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2019년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 개통으로 자은도에서 암태도, 압해도를 거쳐 육지(목포)까지 도로로 연결되면서, 전국 식탁으로 대파를 밀어낼 운송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전남 신안군 자은면에 끝없이 펼쳐진 대파들판. 이곳을 포함한 주변 섬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파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신안= 김성환 기자

전남 신안군 자은면에 끝없이 펼쳐진 대파들판. 이곳을 포함한 주변 섬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파는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신안= 김성환 기자

육지와 연결된 자은도는 신안의 수많은 섬 중에서 임자도와 함께 대파 생산량이 가장 많다. 생산량은 임자도가 많지만 재배면적만 놓고 보면 자은도가 가장 넓다. 비금도와 암태도, 증도까지 신안의 5개 섬에서 겨울 동안 출하되는 대파는 5만4,000톤 이상이다. 이는 전국 생산량의 70% 정도다.

국내 최대 대파 산지라는 명성에 맞게 신안은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시금치와 함께 대파 산업특구로 지정됐다. 특구 지정으로 별도의 예산 지원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특례가 적용되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데 용이하다. 지난달 특구 지정이 3년 연장돼, 신안군에서 추진 중인 대파 산업 촉진 계획은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전남 신안 자은면 대파밭에서 근로자들이 기계를 이용해 대파 뿌리를 다듬고 있다. 신안= 김성환 기자

전남 신안 자은면 대파밭에서 근로자들이 기계를 이용해 대파 뿌리를 다듬고 있다. 신안= 김성환 기자

자은도는 인구 2,000명 남짓한 섬으로, 고령층이 대부분이라 외국인 노동자의 손을 빌려야 대파 수확이 가능하지만, 강씨는 수확과 동시에 밭에서 대파를 깔 수 있는 기계를 들여와 생산비를 20% 정도 낮췄다. 기계를 이용해 대파를 까면 손으로 작업할 때보다 연백부를 더 길게 남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신안에서 대파 농사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강씨의 대파 재배 면적은 49ha(약 15만 평)로 늘었다.

지난해 '금파'로 불릴 정도로 폭등한 가격 탓에 한때 베란다와 옥상에 대파를 직접 심는 '파테크'가 유행하기도 했지만, 올해엔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씨는 "가을에 비가 적당히 내리는 등 작황이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모든 농산물이 그렇듯, 작황이 좋아도 문제고 나빠도 문제다. 작년 같은 대파 파동은 이례적인 경우이고, 반대 상황에서 생긴 피해는 오롯이 생산 농가 몫이다. 작황에 따른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대파는 신안 임자도를 거점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겨울에 수확한 대파를 이용한 '대파즙'이 대표적이다. 혈액순환과 면역력 강화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대파 특구 지정이 연장 승인돼, 기반시설 확충 및 생산력 증대사업, 가공·유통활성화 및 경쟁력 강화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안=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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