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 청와대서 1인 시위
"포스코 지주사 서울 설립 막아 달라"
국가균형발전위 찾아 대책 마련 건의
“포항에서 나고 자란 포스코마저 서울로 간다는데...국가균형발전이 되겠습니까?"
이강덕 경북 포항시장이 포스코 지주사(포스코홀딩스)와 산하 미래기술연구원의 서울 설치에 반발, 10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가졌다. ‘균형발전 역행반대’가 적힌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든 이 시장은 “포항에서 태어나 성장한 포스코까지 수도권으로 가면 지방소멸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수도권 블랙홀'로 국가경쟁력이 추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대통령이 나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시위를 마친 뒤 포스코 지주회사의 서울 본사 설치 방안에 정부가 적극 나서주기를 요청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이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김사열 위원장을 만나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 차원에서 포스코 지주회사와 연구원이 포항에 설립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건의했다.
포항지역의 극심한 반발에 포스코는 “지주사 출범으로 포항이나 광양의 인력 유출이나 지역 세수 감소는 전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지역 여론은 악화일로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경북도민의 희생 위에서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된 포스코가 이전한다는 것은 도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포스코 지주사 전환은 현재 서울에 근무하는 그룹 전략본부가 분리되는 것으로, 포항 지역 경제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룹의 신성장 먹거리를 찾는 연구개발(R&D) 업무를 주도할 미래연구기술원을 수도권에 설립하기로 하면서 불신은 짙어지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그룹의 혁신기술 개발은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주도했다. 미래연구기술원의 수도권 설립에 대해 포스코는 “국내외 우수한 과학자 영입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도 "'연구인력의 남방한계선=경기 화성' 불문율을 포스코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만재 포항지역사회복지연구소장은 “포스코가 미국의 칼텍을 모델로 삼아 설립한 포항공과대를 지척에 두고도 '인재 유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 운운하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며 “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역 여론은 결코 억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포항보다 먼저 대기업 본사 서울 이전 문제를 겪은 울산 사례도 포항의 위기감을 부추긴다. 현 정부가 '연방국가 수준의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출범한 지 2년 만이던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서울에 본사를 설립했다. 이에 송철호 울산시장은 삭발까지 하며 울산 존치를 촉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작은 공장 하나가 문을 닫아도 타격을 받는데, 기업의 컨트롤타워가 연고지를 떠나면 지역 경제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며 “관련 산업 육성, 인구 증가 대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토균형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을 발표하면서 초광역권 단위의 미래전략산업 선정, 투자 촉진을 위한 지방투자촉진법을 제정키로 한 바 있다. 중앙 정부의 각종 균형발전 '드라이브'에도 기업들은 서울로 빨려들고 있는 셈이다.
포항지역 기업들은 지역경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주사가 서울에 생기면 포스코그룹 회장이 그만큼 포항을 찾는 횟수도 줄어들고, 지역 협력업체와의 교류, 교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포스코를 보고 포항에 투자한 기업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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