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에 분실됐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으로 흘러들어간 조선시대 묘지석이 약 25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해외기관이 소장하던 묘지가 반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해온 '백자청화 이기하 묘지' 18점을 지난 8일 한산 이씨 정익공파 문중에게 돌려줬다고 10일 밝혔다. 묘지는 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은 돌이나 도자기판을 이른다. 묘지석 혹은 지석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장례를 치를 때 관과 함께 묘지를 매장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 묘지의 주인공은 형조참판과 훈련대장을 지낸 무신 이기하(1646~1718)이다. 이조좌랑을 지낸 이덕수(1673~1744)가 고인을 추모하며 만든 묘지다. 이기하의 가족사, 정치적 업적 등이 적혀 있다. 묘지에는 '숭정 갑신 후 91년 갑인 8월 일 구워 묻다(崇禎甲申後九十一年甲寅八月 日 燔埋)'라는 문구가 있어 영조 10년인 1734년에 제작됐음을 알 수 있다. 백토를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청화 안료로 글씨를 쓴 백자 묘지다.
이기하 묘지는 1994년 그의 무덤을 경기 시흥에서 이천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수습됐다. 새 묘에 묻지 않고 문중의 원로가 보관하던 중 유실됐고, 1998년 클리블랜드미술관에 기증됐다. 2015~2016년 이 미술관에서 한국 문화재 실태조사를 하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묘지를 발견하고, 원소장자가 한산 이씨 문중임을 파악해 관련 사실을 알렸다. 미술관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묘지를 문중에 돌려주기로 협의하고, 문중 대표인 이한석씨는 이기하 묘가 현재 충남 예산에 있는 점을 고려해 공주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박물관은 4월 초 기증 행사를 열고, 특별전을 통해 유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