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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의 명가 디즈니, 그 성적은?

입력
2022.02.11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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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 월간 공연전산망 편집장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알라딘'에서 주인공 알라딘이 노래하고 있는 장면. 디즈니 제공

뮤지컬 '알라딘'에서 주인공 알라딘이 노래하고 있는 장면. 디즈니 제공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는 브로드웨이에서도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제작사다. 디즈니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것은 1994년 '미녀와 야수'를 통해서였다. 1991년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한 실감 나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성공시킨 후, 디즈니는 '미녀와 야수', '노틀담의 꼽추', '라이온 킹', '알라딘'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는다. 이에 고무된 디즈니는 자사의 콘텐츠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그 첫 작품이 '미녀와 야수'였다.

이때만 해도 공연계에서는 디즈니의 뮤지컬계 진출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디즈니의 콘텐츠는 마법에 걸린 야수가 등장하거나, 촛대가 춤추고, 양탄자가 날아다니고, 밀림의 온갖 동물들이 총출동해 무대에서 구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동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디즈니 뮤지컬은 중장년층이 대다수인 브로드웨이 관객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1994년 디즈니의 첫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올라가자 업계 관계자와 평단은 테마 파크를 무대로 옮겨왔다며 혹평했다. 브로드웨이 최고 권위의 토니상도 작품의 핵심인 대본과 음악, 연출상을 제외한 채 무대상과 의상상만 주고 비주얼적인 요소만 인정했다. 그러나 관객들의 평가는 달랐다. 기존 뮤지컬 공연장에서는 보기 힘든 아이들의 손을 잡은 젊은 부모들과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간직한 젊은이들이 극장을 가득 메우면서 새로운 뮤지컬 관객층을 발굴했다.

뮤지컬 '라이온 킹'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려 3월 18일까지 관객을 만난 후 4월부터 부산에서 개막한다.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라이온 킹'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려 3월 18일까지 관객을 만난 후 4월부터 부산에서 개막한다. 에스앤코 제공

디즈니의 두 번째 뮤지컬이 바로 '라이온 킹'이다.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토마스 슈마허는 '라이온 킹'의 뮤지컬화는 가장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광활한 사바나 초원에 태양이 떠오르고 기린이나 물새 떼, 코뿔소, 영양, 미어캣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새로 태어난 어린 사자 심바를 맞기 위해 몰려드는 애니메이션의 첫 장면을 떠올리면 그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이는 당시 인형극을 이용한 실험적 작품을 선보이던 줄리 테이머였다. 디즈니는 뮤지컬 경험이 전무한 30대 젊은 연출가에게 수백억 원대의 프로덕션의 전권을 맡기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테이머는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 연극적인 방식으로 광활한 사바나 전경을 한정된 무대 위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뮤지컬에서 ‘삶의 순환’이라는 주제는 강화됐으며, 더욱 풍성하고 아프리카 색채가 진해진 음악을 선보였다. 1997년 초연한 '라이온 킹'은 그보다 10년 먼저 공연한 '오페라의 유령'의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었다. 현존하는 모든 영화와 뮤지컬 중에서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디즈니는 성인을 위해 원작 없이 새 작품으로 쓰인 세 번째 뮤지컬 '아이다'까지 연이어 성공했고, 브로드웨이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이후 '인어공주', '타잔', '알라딘', '겨울왕국' 등을 무대에 올리고, '메리 포핀스', '뉴시스', '하이스쿨 뮤지컬' 등 실사 영화나 TV 프로그램의 뮤지컬 제작도 이어왔다.

디즈니 뮤지컬 '메리 포핀스'에서 주인공 메리와 아이들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 디즈니 제공

디즈니 뮤지컬 '메리 포핀스'에서 주인공 메리와 아이들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 디즈니 제공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2006년 선보인 '타잔'은 줄을 잡고 공중을 가로지르는 고릴라들의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인간과 고릴라 세계의 대비를 애니메이션처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2008년 뮤지컬 '인어공주'는 물속 궁전을 의상으로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구현하고 바퀴 달린 신발 힐리스를 신고 이동하며 물속의 움직임을 표현했다. 하지만, 관객들의 호응까지 이끌어내지 못했다. 2012년부터는 플라잉 기술을 이용해 물속을 부유하는 느낌을 준 연출로 바꾸면서 더 나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 흥행과 히트곡 '렛 잇 고(Let It Go)' 열풍으로 2013년 애니메이션 상영 당시부터 뮤지컬 제작 기대가 높았던 '겨울왕국'의 흥행 부진은 충격이었다. 2018년 엘사의 마법을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 등에 LED 조명으로 미디어 기능 구현)를 통해 무대로 구현했으나,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충실히 옮기지 못했다.

그러나 '라이온 킹'이 건재하고, '메리 포핀스'를 비롯 2014년 초연한 '알라딘'이 메가 히트를 기록하면서 디즈니는 브로드웨이에서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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