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신청했다가 ''하천습지는 대상 안 돼" 좌절
지난해 환경단체 제안에 재추진...4~5월 신청 예정
서구 가수원교 하류~만년교 상류 일원 3.7㎞ 구간미호종개 등 멸종위기종·30여종 법적보호종 서식법 개정·관리권한 환경부 이관으로 가능성 높아져
대전시가 10년 전 고배를 마신 갑천 자연하천구간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에 재도전한다. 시는 당시 발목을 잡았던 법이 개정되고, 하천 관리 권한이 환경부로 이관되는 등 여건이 한층 나아져 지정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4~5월쯤 환경부에 갑천 자연하천구간의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 신청을 할 예정이다.
신청 구간은 서구 가수원교 하류(가수원동 태봉보)~유성구 만년교 상류(원신흥동 푸른빛흐름터 징검다리) 일원(3.7㎞)이다.
시는 이달 중 시민 대상 설문조사 통해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이후 2020년 습지보전실천계획 수립(갑천 보호지역 지정 등) 연구용역을 통해 진행한 생태조사 용역결과 등을 포함해 환경부에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갑천 자연하천구간은 자연림 상태로 유지되는 도심 속 유일한 하천 습지다. 대전시가 2020년 생태조사결과를 보면 이 곳에는 1급 멸종위기종인 미호종개와 수리부엉이, 참매, 삵, 수달, 맹꽁이 등을 비롯한 30여종의 법적 보호종과 8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시는 앞서 2012년 국토교통부에 해당 구간에 대한 국가습지 보호구역 지정 신청을했다. 그러나 당시 국토부가 습지보전법상 습지 정의에 하천은 제외돼 있어 중복 관리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이후 갑천 자연하천구간 국가습지 보호구역 지정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9월 녹색연합의 공론화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리고 광주 장록습지 사례를 참고해 재추진하자는 녹색연합의 제안을 대전시가 받아들이면서 갑천 자연하천구간 습지보호구역 지정 작업이 다시 본격화됐다.
시는 10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 가능성이 충분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올해부터 '하천에 습지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습지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10년 전 국토부가 내세웠던 반대 논리의 근거가 없어졌다. 올해부터 국가하천 관리권한이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돼 '개발 보다는 보전' 정책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가능성을 높인다. 또 환경부가 습지보호지역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점도 호재다.
전국에서 유일한 도심권 습지로 열섬효과 예방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인근 지역 대규모 주거단지와 호수공원 등 개발로 보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점도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갑천 자연하천구간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천주교 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올 1월 1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갑천에서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거리미사를 가진 뒤 쓰레기를 주우며 걷거나 뛰는 '줍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 여섯번째 행사에는 허태정 대전시장이 참석해 "잘 준비해 갑천 자연하천구간을 꼭 국가습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는 신청서를 제출한 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5~6개월 후쯤 지정·고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최근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고성 마동호는 지난해 9월 말 신청 후 올해 2월 2일 지정·고시됐기 때문이다.
시는 국토교통부가 이 곳에 5.5㎞ 가량의 제방을 쌓는 내용을 포함한 용역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존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올해부터 하천 관리 권한이 환경부로 이관돼 이 문제도 원만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 이종성 자연환경팀장은 "환경부 국립습지센터에서도 갑천 자연하천구간의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이달 말쯤 첫 회의를 갖는 등 갑천 자연하천구역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신청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