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후쿠시마 식품 수입 재개에 中 조바심
①'무관세 협정' 옭아맨 대만 경제 이탈할라
②닻 올린 RCEP, 日 주도 CPTPP에 밀릴라
③日 싫은데...中 '국제 표준' 우위 빼앗길라
“대만을 팔아먹는 민진당(대만 집권당)의 행태가 끝이 없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 이렇게 비판했다. 전날 대만이 일본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을 11년 만에 허용하자 격한 어조로 반발했다. 이처럼 날 선 반응은 대만인의 건강을 걱정하는 ‘동포애’ 때문이 아니다. 중국은 대만의 ‘변심’으로 인해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구상에 균열이 생길까 경계하고 있다.
①대만 경제 이탈 우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8일 “이번 수입 조치는 국제 표준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ㆍ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할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대만은 2020년 11월 한중일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등 15개국이 서명한 세계 최대 경제블록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중국의 반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대만을 묶어 놓으려는 중국의 전략은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다. 양측이 2010년 맺은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중국은 본토에 수출하는 500여 개 대만 제품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해 왔다. 대만이 그간 얻은 관세 혜택은 70억 달러(약 8조3,790억 원)에 달해 중국(6억 달러)의 11배가 넘는다. 2020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야당 국민당이 “ECFA가 종결되면 제조업 취업인구의 30% 이상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중국은 지난해 말 ECFA의 효력을 연장하기로 했다. 2021년 대만의 대중 수출이 전년보다 25.7% 증가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며 자화자찬을 보탰다. 따라서 대만이 CPTPP에 합류한다면 중국은 대만을 움직일 지렛대를 잃는 셈이다. 이에 중국 타이하이왕은 “CPTPP는 기존 회원국이 반대하면 가입할 수 없다”고 재를 뿌렸다.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은 대만 가입에 찬성하지만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과 경제관계를 의식해 섣불리 찬성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②RCEP 이제 시작인데
중국은 올해 발효한 RCEP를 띄우는 데 여념이 없다. 군사 동맹과 민주주의 가치로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맞서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대만이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을 재개하면서 관심이 CPTPP로 쏠릴 참이다. 대만을 배제한 RCEP 대신 CPTPP가 부각된다면 중국의 경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중국은 RCEP의 기세를 몰아 한중일 FTA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동맹을 어떻게든 떼 놓으려는 심산이다. 자오간청 상하이국제문제연구소 아태문제연구원장은 “RCEP로 한중일 3국이 더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고 경제협력을 가속화해 실질적 이익을 누릴 수 있다”며 “중일, 한일 양국이 FTA를 체결해 결국 한중일 3국 FTA로 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한국을 먼저 공략했다. 중국 상무부는 “RCEP는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 투자를 고품질의 단계로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양국 무역규모는 전년 대비 18.4% 늘어 한국은 중국의 5번째 무역상대국이 됐다.
③일본이 싫어…중국 편은 줄어
무엇보다 중국은 일본과 관계가 최악인 상황이다. 일본이 미국과 밀착해 대만 문제에 간섭하는 발언수위를 높이면서 사이가 더 틀어졌다. 일본을 부정적으로 보는 중국인은 90%를 웃돈다. 지난해 4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방침을 “역겹다”고 강력 비판한 중국은 원전 인근 지역 식품 수입을 철저히 금지해 왔다.
이 같은 반일 감정에도 불구, 중국인의 일본 음식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해 중국은 홍콩과 미국을 제치고 7년 만에 일본 식품 최대 수입국에 올라섰다. 전년보다 35% 급증한 수치로 사케, 가리비, 위스키, 소고기, 과일, 야채 등 중국인의 일본산 수입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중국의 일본 식품 선호도가 갈수록 높아지는데 후쿠시마산은 차단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국가들이 입장을 바꿔 후쿠시마산 수입을 허용한 점도 중국의 조바심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을 ‘패거리’로 비판하며 ‘국제 표준’을 강조해온 중국으로서는 곤혹스런 부분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수입 금지 국가는 55개국에 달했지만 이후 11년이 지나면서 한국,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만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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