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가족들 울산살이, "뒤늦게 알아" 지역민 반발로 하루만에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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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가족들 울산살이, "뒤늦게 알아" 지역민 반발로 하루만에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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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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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특별기여자 40% 울산 이주…현대중공업 취업
일부 주민, "사회적 갈등 및 치안 우려…분산 거주 요구"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한 책무…공존해법 모색해야

지난 7일 울산 동구에 도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 이들은 현대중공업 사택에 거주하며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일하게 된다.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 29가구가 울산에서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지역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역 기업 상당수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고, 외국인 숙소도 운영한 경험을 가진 울산인 만큼 갈등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공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국내에 입국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79가구 중 29가구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 취업해 지난 7일 울산으로 이주했다. 인원으로 따지면 157명, 입국한 전체 기여자의 40%를 차지한다. 이들은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 사택에서 2년간 머물게 된다. 법령상 체류 기간은 5년으로 한국국적 취득도 가능하다. 청소년 등 학령기에 속하는 64명은 인근 초·중·고교로 배정될 예정이다.

울산시민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불가피하게 고향을 떠나 먼 나라, 울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지자체에서도 정착을 돕기 위한 각종 대책마련에 나섰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던 특별기여자들의 이른바 울산살이는 뒤늦게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이 반발하면서 180도 급변했다. 사택 인근 학부모들은 아프간 초등학생 25명이 같은 학교에 배정될 것을 우려해 피켓 시위에 나섰고, 이 때문에 울산 이주 당일 예정됐던 환영 행사도 취소됐다.

한 주민은 “한두 명도 아니고 150명이 넘는 난민을 우리 동네에 장기 정착시키는 건 절대 안 된다”며 “유럽도 난민 수용은 실패한 정책이라며 빗장을 거는 판국에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라고 발끈했다.

울산시청과 동구청 홈페이지에도 반대 글이 올라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슬람 난민 집단 거주 형성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1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해당 글은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집단 이주로 문화적, 종교적 갈등 및 치안이 우려된다며 거주지와 취업지를 분배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원인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내가 사는 동네에 난민들이 집단으로 무리지어 살게 된다는 걸 이틀 전 알게 됐고,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다”며 “집단 거주를 허용한 뒤 타국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에게 없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정천석 울산동구청장은 몸을 낮췄다. 그는 “난민에게 직접적인 재정지원을 하지 않는 지자체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보니 뒤늦게 결과만 통보받았다”며 주민들에게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 구청장은 “조선소가 있는 동구는 지금도 3,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고, 외국인 노동자 숙소 운영 경험도 있다”며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외국인 간 이질감이나 마찰이 없도록 잘 조율해 가겠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8월 아프간에서 우리 군의 도움으로 탈출한 이들을 충북 진천군이 수용했고, 당시 진천군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마비되는, 이른바 '돈쭐(돈으로 혼쭐내다)'로 불린 착한 소비자 운동이 벌어지면서 이들의 국내 연착륙 가능성에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10위권 경제규모의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공식 합류한 만큼 성숙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 수용에 보다 유연한 자세와 함께 현실적인 공존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희수 한양대 국제문화대학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다문화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난민들이 건강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지역 경제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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