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판서 사기·전금법 위반 등 혐의 전면 부인
적자 지적엔 "플랫폼 기업 특성… 수익구조 충분"
"쿠팡, 적립금 많아도 선불결제기업 아니다" 주장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뉴스1
'머지포인트 환불 중단 사태'로 1,000억 원대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 머지플러스 운영진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성보기)는 8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머지플러스 권남희(38) 대표와 권보군(35) 최고전략책임자(CSO)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됐다. 두 사람은 남매지간으로, 동생 권보군씨는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피고들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고 선불전자지급수단 사업을 운영했고 손실이 누적되고 있었는데도 사업이 계속 운영될 것처럼 고객을 속였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이 회사가 선불포인트(머지머니)로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20% 할인 혜택을 줬던 점을 지적하면서 "20%씩 할인 판매를 하면서 (사업을 지속할) 무슨 재주를 가지고 있었나. 돌려막기를 하겠다는 것 아니었냐"고 묻기도 했다.
권씨 남매 변호인은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톡이나 아마존도 상당 기간 적자를 감당하면서 성장했다"며 "머지플러스도 플랫폼 기업으로서 '계획된 적자'로 버티던 중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업 초기에는 할인 혜택 제공에 따른 적자를 감당하더라도, 사용자가 늘어나면 가맹점에서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머지플러스는 (가맹점의) 수수료 비율을 20%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는 한편, (회원에게) 월 1만5,000원을 받고 할인을 제공하는 구독형 서비스로 전환할 계획이었다"고도 했다.
미등록 상태로 사업을 한 이유에 대해선 "등록 의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르면, 머지머니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운영하려면 금융위에 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 권씨 남매 측은 그러나 머지플러스는 회사와 가맹점 사이에 모바일 상품권(기프티콘) 회사를 두고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가 머지머니를 가맹점에서 '직접' 사용하는 선불전자지급 사업 구조와 다르다는 논리를 폈다.
변호인은 공판 직후 취재진에게 "스타벅스는 충전금이 2,000억 원을 넘고 쿠팡도 충전금이 많지만 선불전자지급수단 업체로 보지 않는다"며 "잘되던 기업(머지플러스)이 왜 망했는지를 따지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검찰이 1,000억 원대(소비자 751억 원, 제휴사 253억 원)로 산정한 피해액에 대해선 "소진된 금액과 예수금 등을 감안하면 500억 원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권보군씨가 회사 자금 67억 원을 카드 대금, 주식 투자, 고가 차량 리스비,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에는 "기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1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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