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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휩쓸어 좋긴 한데… 치솟는 원자재 값에 잠 못 이루는 'K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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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휩쓸어 좋긴 한데… 치솟는 원자재 값에 잠 못 이루는 'K조선'

입력
2022.02.08 17:30
수정
2022.02.08 17:3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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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설 연휴에 7,000억 원이 넘는 수주 성과를 올렸다. 사진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NG 추진 로로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지난 설 연휴에 7,000억 원이 넘는 수주 성과를 올렸다. 사진은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NG 추진 로로선. 한국조선해양 제공

새해 시작과 함께 굵직한 수주를 잇따라 따낸 조선사들이 예기치 못한 암초에 속을 끓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철광석 가격이 요동치면서 선박 주재료인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 역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후판값 급등 탓에 실적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K조선, 올해도 남다른 수주 존재감

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1월 한 달에만 34척(37억 달러·약 4조4,000억 원)을 수주해 연간 목표의 21%를 채웠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5월 수주액에 육박하는 12척 건조계약(3조 원)을 벌써 따냈다.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해에도 전체 글로벌 발주량 중 1,744만CGT(표준선환산톤수)를 수주해 2013년(1,845만CGT) 이후 최대 수주 기록을 세웠는데, 올해도 수주 시장에서 발군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25일 '빅3 조선소' 중 한 곳인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숙련공이 용접을 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지난 1월 25일 '빅3 조선소' 중 한 곳인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숙련공이 용접을 하고 있다. 거제=연합뉴스

지난해 나란히 1조 원대 적자를 낸 국내 조선사 '빅3'는 내년 흑자 전환을 호언했다. 수주 잭팟을 터트리며 2년치 일감을 확보한 만큼 큰 변수가 없는 한 실적이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원자재 값 급등에 지난해 악몽 되풀이?

하지만 최근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과 원료탄(석탄) 가격이 거듭 치솟으면서 업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통상 선박 원가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안팎인데, 철강사들은 원료탄으로 철광석을 녹여 후판을 만든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4일 기준 톤당 146달러로 지난해 11월 저점(89달러) 대비 64% 급등했다. 원료탄 가격은 444달러 수준으로 최근 한 달 새 40%나 뛰었다.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 고점(233달러)에 비해 낮긴 해도, 원료탄이 작년 저점 대비 4배가량 뛰어 후판 원가는 그대로라는 게 철강사의 설명이다.

현재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 원자재 값 급등으로 올 상반기 후판 가격 인하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상·하반기 후판값을 잇따라 올려 현재 가격은 작년 초보다 배 가까이 비싼 톤당 110만 원 수준이다. 이 여파로 조선사들은 지난해 후판값 인상을 원가에 반영하기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고, 결국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최근 3개월 철광석 가격 추이.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최근 3개월 철광석 가격 추이.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최근 수주한 선박들은 후판값 인상을 반영해 뱃값을 받기로 한 터라 당장 문제 될 게 없지만, 원자재 값이 계속 치솟아 후판 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업계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후판값이 또 오르면 자칫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고 실적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철강업계에 후판 가격 인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판값만 내려가도 기존 충당금에서 환입이 이뤄져 실적에 적잖이 도움을 받는데 원자재 가격 급등이 계속될 수 있어 고민이 크다"고 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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