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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협상 시작도 못 했는데… 美日 철강 분쟁 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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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협상 시작도 못 했는데… 美日 철강 분쟁 타결

입력
2022.02.08 17:58
수정
2022.02.08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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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철강 연 125만톤 25% 관세 철폐
美 바이든 행정부 '동맹복원' 움직임 일환
韓 철강업계, 쿼터+가격 경쟁력 저하까지

8일 경북 포항 포스코에서 화물차가 철강 제품을 실어 나오고 있다. 이날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도 철강 관세 분쟁을 끝내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8일 경북 포항 포스코에서 화물차가 철강 제품을 실어 나오고 있다. 이날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과도 철강 관세 분쟁을 끝내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미국이 일본산(産) 철강에 부과했던 고율의 관세를 일부 철폐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불거졌던 관세 분쟁을 해소, 동맹간 결속을 다지려는 행보다. 국내 철강업체에는 악재다.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량은 할당제(쿼터)에 막혀 30% 가까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마저 밀리면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 탓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 톤에 대해 현재 적용하는 25% 관세를 전면 철폐한다고 밝혔다. 이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하기로 일본과 합의했다고도 언급했다. 10% 관세가 적용되는 일본산 알루미늄은 이번 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이 작년 10월 유럽연합(EU)과의 철강 관세 분쟁에 마침표를 찍은 이후 두 번째 합의다. 다만 당시보다는 다소 불리한 조건으로 타결됐다는 평가다. EU의 경우 고율 관세 적용 후에도 관세가 면제됐던 철강(약 100만 톤)은 쿼터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분쟁 전(500만 톤)의 86% 수준인 430만 톤을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반해 일본과의 협상에서는 관세 면제에 해당했던 철강 수출품을 쿼터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는 4년 전 미국이 각국에 매겼던 고율 관세를 정상화하는 조치다. 2018년 3월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제품이 헐값으로 수입돼 미국 산업과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게 이유다. 당시 EU가 미국산 물품에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으며 무역 분쟁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되돌리며 동맹 복원에 나선 셈이다. 미국은 현재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로 미-EU 합의안 적용에서 제외된 영국과도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미국과 협상에 돌입하지도 못한 우리나라다. 우리 정부 역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철강 쿼터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가 없다. 한국은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에 따라 쿼터제를 적용 받고 있다.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형태다. 이에 따라 당시 연평균 383만 톤이던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량은 200만 톤 수준으로 3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국내 철강 업계는 이번 미국과 일본의 합의를 우려 섞인 눈으로 보고 있다. 고율관세 해결로 EU와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게 됐고, 대미 철강 수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철강 수요가 늘고 있는데 관세가 폐지된 일본이나 EU는 우리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쿼터를 넘어서는 순간 관세가 확 올라 사실상 쿼터 외에는 수출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제한된 물량을 국내 업체들이 나눠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가 서둘러 미국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지만 협상은 제자리걸음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과의 협상 개시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정권 말인 데다 미국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협상 개시는 내년에나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본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125만 톤은 일본의 연간 판매량 수준이라, 당장 우리 철강사의 대미 수출 경쟁력에 큰 타격을 미치기는 어려울 거란 의견도 나온다.

허경주 기자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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