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단기·개별 여행 선호…관광택시 도입 잇따라
지자체 요금 일부 지원…실 부담액은 시간당 만원 선
관광택시 기사 "월수입 30만원 늘고, 운전보람 느껴"
인천에 사는 김미화(42)씨는 최근 친정어머니와 함께 단둘이 강원도 영월로 여행을 다녀왔다. 대중교통으론 여행이 불편한 곳이지만 자동차는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영월군이 운영하는 관광택시를 이용했다. 결과는 대만족. 김씨는 “노모를 모시고도 교통편 걱정 없이 한나절 만에 가고 싶은 곳들을 둘러봤다”며 “운전에서 자유로워지니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고, 현지 기사가 소개하는 숨은 맛집 등 알찬 정보도 얻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소규모 개별 국내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각 시·군이 운영하는 관광택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관광택시는 현지 지리에 어두운 외지 관광객이 원하는 시간 동안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전세 택시다. 요금은 시간당 2만 원 선. 요금 일부를 지자체가 지원하고, 관광지 입장료 할인이나 사진촬영, 우산대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10일 강원도 영월군에 따르면 관광택시 이용횟수는 운영 첫해인 2019년 40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394건으로 10배가량 급증했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개별관광이 늘면서 관광택시 이용객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며 “운전이나 주차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취향대로 코스를 짤 수 있고, 토박이 기사로부터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운행을 시작한 충북 제천의 관광택시도 1년 만에 이용실적이 207건에서 960건으로 증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더 안전한 여행을 위해 관광택시 내에 전자출입명부 시스템도 구축했다. 전남 목포 순천 곡성 강진 함평 고흥, 경기 안성 광명, 강원 태백, 경북 포항 영천 경주 안동 청도, 경남 합천 등에서도 관광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관광택시가 인기를 끌자 이를 이용한 관련 여행상품도 느는 추세다. 강원 평창군, 속초시, 강릉시는 최근 티켓 한 장으로 지역 주요 관광지를 여행할 수 있는 투어패스와 관광택시를 묶은 이른바 관광택시패스를 출시했다. 경북 영주시는 KTX-이음과 관광택시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데 이어 지역 특산물 한우와 관광택시를 엮은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관광택시를 운영 중인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다양한 연계 상품으로 침체된 택시업계는 물론 음식점, 숙박업소 등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3년째 관광택시를 운행 중인 A씨도 “일반 운행만 할 때보다 월수입이 30만 원 이상 더 늘었다”며 “이용객 만족도도 높아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울산시와 경남 김해시, 밀양군, 거창군 등 다른 지자체들도 속속 관광택시 도입에 나서고 있다. 김해시의 경우 오는 3월부터 관광택시 5대를 운행할 예정이다. 이용일로부터 최소 5일 전에 김해관광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요금은 시간당 1만 원이다. 일행 4명이 8시간을 이용할 경우, 1인당 2만 원꼴로 부담이 적다. 김해시 관계자는 “소규모로 짧은 기간에 지역 명소를 마음대로 여행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했다"며 "이용객과 운전기사의 반응이 좋으면 운행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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