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황보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각각 편의점과 서점 배경으로 위로와 감동 선사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과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현재 주요 서점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 2위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소설이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은 마치 쌍둥이처럼 비슷한 얼개를 지녔다.
‘불편한 편의점’은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남자가 청파동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손님들과 교류하며 차츰 기억을 찾아나간다. 이 과정에서 처음에는 남자에게 편견을 갖고 있던 손님들은 그를 통해 위로와 용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도 비슷하다. 휴남동이라는 동네의 후미진 골목길에 서점이 들어선다. 서점 주인인 영주는 처음에는 아무런 의욕도 없이 가만히 앉아 책만 읽었지만, 크고 작은 상처와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 서점으로 모여들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두 소설 모두 편의점과 서점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상처를 지닌 주인공이 다양한 손님들과 교류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손님들 저마다의 사연이 에피소드 형태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불편한 편의점) “지친 일상의 피로회복제 같은 소설”(휴남동 서점)이라는 독자평에서 알 수 있듯 ‘힐링’ ‘위로’ ‘연대’ ‘희망’ 등을 키워드로 하는 ‘착한 소설’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불편한 편의점’과 ‘휴남동 서점’의 인기는 지난해 소설 분야 최대 베스트셀러였던 이미예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인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각각 100만 부와 25만 부가 판매된 두 작품 역시 ‘꿈 백화점’과 ‘도서관’을 배경으로 독자들에게 위로를 선사하는 책이다.
이 같은 ‘착한 소설’ 열풍은 코로나19로 지친 독자들이 책을 통해 위안을 얻고자 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불편한 편의점’ ‘휴남동 서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더불어 지난해 공공도서관 문학부문 대출순위 3위를 기록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스테디셀러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까지, 모두 책 표지에 은은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이 등장한다. 구환회 교보문고 소설MD는 “코로나19로 인해 드물어진 안전한 공간에 대한 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좀비를 비롯한 장르물이 강세인 드라마나 웹툰 등의 분야와 달리 왜 꼭 소설에서만 착하고 교훈적인 것을 찾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일까. 구MD는 “문학이라는 예술 매체에 기대되는 요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중 오락매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하지만, 문학만큼은 재미에 감동과 교훈이 더해져야 만족스러운 소비를 했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기일수록 본전을 생각하는 심리가 강해지기" 때문에 코로나가 이어진 지난 몇 해간 소설 분야는 이 같은 '착한 소설'이 흥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로다. 현재 주요 베스트셀러 소설 대부분이 ‘대형 출판사, 유명 작가, 기대작’이라는 요소 없이 오로지 ‘독자의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여기에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한 후 독자 반응에 따라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선 전자책, 후 종이책’ 순서도 업계에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휴남동 서점'은 '달러구트'의 베스트셀러 경로를 고스란히 따른다. ‘휴남동 서점’을 쓴 황보름 작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LG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다. ‘달러구트’의 이미예 작가 역시 재료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생산설비를 관리하는 일을 하다 소설가가 됐다. ‘휴남동 서점’은 전자책 구독 서비스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에서 공개된 후 종이책으로도 소장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요청이 이어지며 종이책으로 나오게 됐다. ‘달러구트’ 시리즈도 전자책 플랫폼인 리디북스를 통해 공개된 후 종이책으로도 내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