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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지우학' 이재규 감독 "성폭력 장면, 시청자 유입 장치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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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지우학' 이재규 감독 "성폭력 장면, 시청자 유입 장치 아냐"

입력
2022.02.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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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감독이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재규 감독이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학교가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복귀한 이재규 감독이 한 말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그는 학교폭력, 기초생활수급자 학생에 대한 차별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작품에 담아냈다. 배우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냈고, 스토리는 신선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재규 감독은 7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작품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인기 비결? 좀비물 팬덤·K-콘텐츠의 뜨거움"

'지금 우리 학교는'은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넷플릭스 TV쇼 부문 흥행 순위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감독은 "신기하고 감사하다. 앞서 '오징어 게임'이라는 전무후무할 것 같은 멋진 작품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문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 이후에도 좋은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에 전달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우리 학교는' 또한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감독은 "좀비물에 대한 엄청난 팬덤이 있다. 좀비물이라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셨던 듯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서구인들의 드라이한 시선, 정제된 감정들로 만들어진 극들이 많은데 한국 콘텐츠는 덜 정제됐지만 뜨겁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본성에 집중해 캐스팅"

이재규 감독이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제공

이재규 감독이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의 배우들은 작품만큼이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신예들의 실제 성격에 주목해 캐스팅을 시도했다. "모든 배우가 실제 배역에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 고민했어요. 그 배역과 비슷한 행동을 할 수 있고 유사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캐스팅하려고 했죠. 연기를 잘해야 하고 외적인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본성이 실제 캐릭터와 닮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경수(함성민), 이삭(김주아), 대수(임재혁), 그리고 주연 네 명 모두 캐릭터와 많이 닮아 있어요."

얄미운 빌런들 역시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전작 '오징어 게임'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이유미의 팔로워 수는 734만을 넘어섰다. 4만 대에 머무르던 유인수의 SNS 팔로워 수는 98만까지 폭증했다. 이 감독은 유인수에 대해 "청소년 연기대회에서 연기하는 걸 보고 반했다. 리어왕의 한 장면을 연기하는데 30, 40대 배우가 표현하기 어려운 레이어를 갖고 연기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귀남이를 단순한 악역으로 그리기보다는 딜레마, 그리고 성격이 그렇게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때로는 순수해 보이고, 때로는 영리해 보이는 이유미를 보며 나연 캐릭터에 제격이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밝혔다. "아버지가 따귀를 올려붙이는 상황까지 치닫게 되고, 학교에 오게 되는 프리 스토리를 뺐다. 그게 없어도 이유미 배우가 내재된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극적 장면, 폭력 비극성 알려주고 싶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지금 우리 학교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내 성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시청자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여 있으면 은지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부끄러운 사진을 없애려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길 원했다.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면 폭력이 얼마나 비극적이고 바람직하지 않은지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영상물로 봤을 때 강한 부분이 있지만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서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런 장면을 사용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아이들이 캠코더에 영상 편지를 남기는 장면 등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말이 나왔다. 이 감독은 "아이들은 희망을 잃었고, 살지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놓였고, 국가나 조직이 해줄 수 있는 건 별 게 없고 책임 있는 어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을 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세월호라는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기획, 구상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 합리적이고 조적적인 시스템·책임의 부재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

이재규 감독이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넷플릭스 제공

이재규 감독이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넷플릭스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들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작품 속 돌연변이 좀비를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는 좀비에게 물렸지만 발병하지 않은 이뮨, 남라 같은 경우다. 다른 하나는 귀남 은지처럼 좀비는 통상 심장이 멎고 좀비가 되는데 살아있는 과정에서 좀비화가 일어난 이모탈이다"라고 설명했다.

시즌2 제작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시즌2에서는 이 이야기들이 확장돼서 대다수의 인간과 인간을 위협하는 이뮨, 이모탈 세 그룹이 부딪히며 벌어나는 이야기를 담을 듯하다.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라면 시즌2가 좀비들의 생존기가 될 듯하다. 사랑을 받아서 시즌3까지 간다면 대전쟁의 콘셉트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좀비물을 즐기지 않던 그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이 감독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다. "30년 전으로 돌아가서 청년의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었어요. 내가 학생들이었으면 어땠을지 생각했죠. 설렜어요. 촬영장에 가서 젊은 기운들, 젊음의 순수함을 같이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 감독이 바라본 우리 사회를 담은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달 28일 공개됐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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