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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서 반복된 '잔혹 고양이 살해'.. 엄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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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서 반복된 '잔혹 고양이 살해'.. 엄벌 가능할까?

입력
2022.02.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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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시에서 잔인한 고양이 살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3년 전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과 유사한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여당 대선후보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26일, 오후 7시40분경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기르던 고양이 ‘두부’가 20대 남성 A씨에게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A씨는 음식점 건물에 마련된 두부의 집 바로 옆에서 두부의 꼬리를 잡아들고 벽에 수차례 내리쳤습니다. 이 광경을 본 목격자에 따르면 A씨는 고양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음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목격자가 급하게 A씨에게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고 따져 묻자 그는 두부의 사체를 바닥에 버리고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같은 시각, 가게를 직원들에게 맡겨두고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두부의 반려인 B씨는 직원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고양이가 죽어서 경찰이 오고 난리가 났다”는 직원의 말에 B씨는 “무슨 고양이를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고, 그제서야 두부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너무 놀라 아무 말도 못 하는 B씨 대신 남편이 현장을 수습하기 위해 가게로 떠났습니다.

경남 창원시의 한 식당에서 키우던 고양이 '두부'는 살해당하기 20분 전까지도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왼쪽), 잔인한 범행으로 벽에도 두부의 피가 튈 정도였다. 동물권행동 카라 페이스북

경남 창원시의 한 식당에서 키우던 고양이 '두부'는 살해당하기 20분 전까지도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왼쪽), 잔인한 범행으로 벽에도 두부의 피가 튈 정도였다. 동물권행동 카라 페이스북

짧은 기간이었지만, B씨 가족에게 두부는 각별한 존재였습니다. B씨 가게 근처에서 지내던 두부가 가게에서 함께 지내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B씨에 따르면 두부가 가게에서 함께 지내기 전까지는 경계심을 보이며 주는 음식을 먹고 곧바로 사라지곤 했습니다. 그러다 두부가 B씨 가족에게 마음을 연 뒤로는 사람을 반기는 고양이가 됐습니다. 실제로 가게 손님들도 가게에서 지내는 두부를 아끼고 사랑해 줬습니다.

잔인한 범행에 이제 막 시작되는 반려 가족의 꿈이 산산조각 나자 많은 이들이 분노했습니다. 범인의 엄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5만5,0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선거 후보도 30일 국민청원 게시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잔인한 범행을 보고 참혹한 마음에 그만 잠시 말을 잃었다”며 “경찰의 적극 수사를 요청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만인 31일. 경찰은 범인 A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범행 현장 인근을 탐문하다 A씨를 발견하고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가족과 함께 사는 등 주거가 일정해 도주의 우려가 없으며, 증거인멸 또한 우려되지 않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자두'의 생전 모습. 자두의 반려인은 자두가 자신의 고양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자두 보호자 예모씨 제공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자두'의 생전 모습. 자두의 반려인은 자두가 자신의 고양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자두 보호자 예모씨 제공

이번 사건은 ‘경의선 고양이 사건’과 매우 유사합니다. 범인이 고양이의 꼬리를 잡고 내려치는 등의 범행 수법도 비슷하지만, 경의선 고양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자두’처럼 두부 역시 반려인이 있는 고양이였습니다. 즉 이번 사건은 ‘동물은 물건’이라는 현행 법체계상 재물손괴 혐의가 추가 적용돼 더 큰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있습니다. 과거 경의선 고양이 사건 당시에도 법조계에서는 동물학대와 재물손괴가 더해져 6개월의 실형이 나올 수 있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과거 판례와 비슷한 사건인 만큼 이번 두부 사건에서도 범인 A씨가 실형을 받을 수 있을까요? 분명 가능성은 있지만,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자두와 두부의 반려 기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자두의 경우, 반려인 예모씨가 사건 발생 수년 전부터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키우던 고양이였습니다. 반려인 예씨는 자두가 자신의 반려묘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거주 환경을 사진으로 찍어 증거자료로 제시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는 바로 예씨가 자두를 데리고 병원에 방문해 진단을 받고 치료를 했다는 동물병원 기록이었습니다. 이는 판결문에서도 언급될 정도로 법원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인 증거였습니다.

두부와 B씨가 처음 만난 날의 사진. 반려생활을 시작한 기간이 짧은 탓에 의무기록 등이 있지는 않았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두부와 B씨가 처음 만난 날의 사진. 반려생활을 시작한 기간이 짧은 탓에 의무기록 등이 있지는 않았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반면 두부의 경우, 반려생활 기간이 자두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두부가 B씨의 반려묘라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B씨는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같이 살기로 마음먹은 뒤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볼 생각을 하긴 했지만, 두부가 건강해서 잠시 미뤄둔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두부가 가게에서 지내게 된 뒤로 두부의 집을 따로 마련해 주고, 꾸준히 먹이와 물을 공급해 준 것만은 사실인 만큼 B씨는 이 또한 경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가지 변수는 피의자의 법적 대응입니다. 경의선 고양이 사건의 범인은 생계 곤란을 내세워 선처를 호소했으며 국선 변호인을 선임했습니다. 반면 이번 사건의 피의자의 대응은 좀 다릅니다. B씨를 도와 이 사건을 알리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의 최민경 활동가는 “현재 피의자는 변호사도 선임하는 등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묵비권 행사 등 법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벌을 위해서는 두부의 반려인 B씨의 강한 처벌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A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B씨는 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경찰에서 공개하지 않아서 피의자 A씨의 신상을 B씨는 알 수 없지만, 장사를 하고 있는 특성상 B씨는 항상 대중에 노출돼 있습니다. 피의자가 보복성 범행을 언제 감행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뜻이죠. B씨는 “불안한 마음이 있어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B씨는 쉽게 합의를 할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처음 B씨는 A씨의 부모가 가게에 찾아왔을 때는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고 합니다. 그는 “자식 키우는 같은 입장에서 이해가 가기도 했다”며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이내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A씨의 엄벌을 요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유에 대해 묻자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두부가 생활하던 집에 놓인 조화. 최근, B씨의 어린 자녀들이 두부가 잔혹하게 살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두부가 생활하던 집에 놓인 조화. 최근, B씨의 어린 자녀들이 두부가 잔혹하게 살해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엊그제 우리 집 아이들이 두부의 소식을 알게 됐어요. 너무 충격적인 얘기라 나중에 해줬는데, 애들이 밤새 울더라고요. 두부 불쌍하다고요. 그래서 애들을 끌어안고 약속했어요. ‘두부 아프게 한 사람 꼭 벌받게 해주겠다.’고요.

동물보호법이 강화돼서 처벌 수위는 높아졌다고 하는데, 실제 처벌로 잘 이어지는지는 모르겠어요. 처벌이 더 돼야, 동물학대를 마음에 품고 있다 하더라도 쉽게 저지르지 못할 거잖아요. 그렇게 동물학대가 쉽지 않은 세상을 ‘두부 불쌍하다’며 울던 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피해자 B씨,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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