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알리기, 슈퍼볼보다 더 좋은 곳 찾기 어렵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글로벌 광고 격전지’인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까지 점령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겠다는 ‘스포츠 마케팅’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6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글로벌’과 거래 플랫폼 ‘크립토닷컴’, 파생상품 거래소 ‘FTX’ 등이 오는 13일 열리는 제56회 슈퍼볼 경기 전후로 TV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캐나다 거래소 비트바이 역시 현지 중계방송 시간에 광고를 내보낸다.
슈퍼볼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경기 스포츠 이벤트다. 전 세계 180국에 생중계되며, 미국에서만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1억 명 이상이 시청한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취임식도 슈퍼볼과 겹치면 연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업에는 연간 최대 광고 대목이다. 인기만큼 몸값도 비싸다. 올해 중계 방송사인 미국 NBC에서 30초짜리 광고 단가는 700만 달러(약 84억 원)다. 초당 2억8,000만 원꼴이다. 지난해 30초에 550만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대폭 올랐다.
그간 슈퍼볼 광고 ‘터줏대감’은 글로벌 기업이었다. 버드와이저, 코카콜라, 펩시,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이 막대한 자금을 내고 광고주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올해는 세계에서 가장 투자 열기가 뜨거운 암호화폐 업계가 점령한 셈이다. 이유는 단 하나, ‘인지도 높이기’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각 회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에 화끈하게 돈을 투입하며 대중들의 눈길 끌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샘 뱅크먼 프라이드 FTX 창업자는 “우리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한, 이보다 더 좋은 곳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각종 스포츠 행사의 큰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크립토닷컴은 국제 자동차 경주 대회 포뮬러원(F1)과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 미국 프로농구(NBA)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7억 달러를 내고 NBA LA 레이커스와 LA 클리퍼스 등이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LA 스테이플스 센터 이름을 향후 20년간 ‘크립토닷컴 아레나’로 바꾸기로 했다. FTX도 지난해 3월 1억3,500만 달러를 내고 19년간 NBA 마이애미 히트 홈구장을 ‘FTX 아레나’로 부르기로 했다.
스폰서십 컨설팅 회사인 IEG에 따르면 암호화폐 기업들은 올해에만 북미에서 1억6,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스포츠 행사 광고 및 후원에 지출할 전망이다. 항공업계나 와인·증류주, 패스트푸드 업계보다 더 많다. 피터 라츠 IEG 글로벌 매니징 디렉터는 “암호화폐 기업들의 지출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을 들어본 사람이 많지 않아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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