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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부유, 국민은 가난… 영국인 10명 중 1명 굶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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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부유, 국민은 가난… 영국인 10명 중 1명 굶주린다

입력
2022.02.07 16:28
수정
2022.02.07 16:3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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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인구 반년 전보다 20% 급증
유니세프, 작년말 영국 긴급 지원 '초유의 일'

10일 영국 런던에서 한 시민이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10일 영국 런던에서 한 시민이 슈퍼마켓에서 식료품을 고르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6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최고상)을 수상한 영국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는 자녀들 먹일 음식을 구하러 푸드뱅크에 찾아간 싱글맘이 너무나 배고픈 나머지 진열대 통조림을 따서 손으로 허겁지겁 먹다가 오열하는 장면이 나온다. 복지 사각지대에 내던져진 빈곤층의 참담한 현실에 많은 관객이 눈물을 흘렸다.

결코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선단체 푸드파운데이션 연구를 인용해 “1월 한 달간 식량 불안을 경험한 사람이 전체 성인 인구 8.8%가량인 4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영국 성인 10명 중 1명은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6개월 전인 지난해 7월 조사(390만 명)보다 무려 20.5%나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100만 명은 식량을 구입할 여유가 없어 1월에 최소 하루 이상 굶어야 했다.

자녀가 있는 가정도 형편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전체 가구 12.1%가 식량 불안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영국인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푸드파운데이션이 분석한 결과다.

애나 테일러 푸드파운데이션 국장은 “이러한 지표들은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거라는 초기 징후에 불과하다”며 “너무나 많은 가정이 벼랑 끝에 내몰린 채 식탁에 음식을 올릴 수 있을지 장담 못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생활 수준이 하락하는 게 아닌, 생존을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에는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굶주리는 영국 어린이들을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서 영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유니세프가 영국을 지원한 건 1946년 창설 이래 처음이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영국에서 어린이 90만 명이 정부 무료 급식에 추가로 등록했다.

FT는 식량난이 폭증한 원인으로 세금 인상, 에너지 비용 증가, 소비자 물가 상승 등 3중고를 꼽았다. 영국 정부가 지난 3일 빈곤 가정을 위해 90억 파운드(약 14조6,000억 원) 지출 계획을 내놓았지만, 같은 날 영국 가스ㆍ전기시장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은 에너지 요금 상한(CAP)을 4월부터 54%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다. 물가상승률이 4월에 7.25%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빈곤 퇴치를 위한 자선단체 조지프라운트리재단 피터 마테이치 부국장은 “모든 것이 비싸지는데 가정 경제는 곤궁해지고 있다”며 “저소득층 대다수는 타격을 완충할 수 있는 저축도 하지 못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나라는 부유한데 국민은 가난한, 양극화 시대의 단면이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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