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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데가 없어"... '지우학' 감독이 '인간이 된 좀비' 만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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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댈 데가 없어"... '지우학' 감독이 '인간이 된 좀비' 만든 이유

입력
2022.02.07 18:4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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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째 세계 정상 '지금 우리 학교는'
'오겜'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서 1위
①학폭 ② 면역 후 신인류 등장
원작과의 차별화
"기댈 데 없네" 대사 가장 가슴에 남아
"사회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닐까?"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과 같은 과 '깐부'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7일 "도서관 촬영만 닷새를 찍었다"며 웃었다. 좀비들을 피해 청산(윤찬영)과 수혁(로몬)이 책장 위를 뛰어다니는 도서관 장면은 역동적이다. 넷플릭스 제공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7일 "도서관 촬영만 닷새를 찍었다"며 웃었다. 좀비들을 피해 청산(윤찬영)과 수혁(로몬)이 책장 위를 뛰어다니는 도서관 장면은 역동적이다. 넷플릭스 제공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동명 원작 웹툰과 다른 건 크게 두 가지다. ①좀비 바이러스가 학폭(학교폭력) 문제로 만들어지고 ②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청각 등 신체적 능력이 갑자기 월등해지는 '신인류'가 등장한다. 드라마는 좀비 바이러스의 원인뿐 아니라 팬데믹으로 인한 재난을 모두 인재(人災)에서 찾는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단순히 오락물을 넘어 국내·외에서 학내 총기 사고 등 사회적으로 읽히며 반향을 낳은 배경이다. 이 드라마는 6일까지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9일째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미국에선 4일(현지시간) 1위에 올랐다. 한국 드라마가 미국 넷플릭스 정상에 오르기는 '오징어 게임'(2021)에 이어 '지금 우리 학교는'이 두 번째다.

"세월호 침몰뿐 아니라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 등 있어선 안 되는 사고들이 많이 벌어졌잖아요. 이런 사고들이 왜 일어났을까 고민했는데, 공통점은 다 인재더라고요. 그 인재와 우리의 폭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두 잘못을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들추면 사회가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고요." 7일 화상으로 만난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재규(51) 감독이 밝힌 이야기다.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설치된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팝업존을 찾은 시민들이 6일 각종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에 설치된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팝업존을 찾은 시민들이 6일 각종 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우학' 팬데믹 현실의 축소판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효산고 과학교사 이병찬(김병철)은 집과 학교 실험실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만든다. 학폭에 시달린 아들이 위협을 받을 때 곧바로 대담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부모의 절박한 마음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이 감독은 "학폭은 사회적 문제"라며 "크고 작은 폭력에 수시로 노출된 학교와 일부 잔인한 학생을 보여주면서 우리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2년째 팬데믹으로 시름하는 현실의 축소판이다. 극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대부분의 사람이 좀비가 되지만, 그중 일부는 면역 반응을 보여 인간처럼 살아남는다. 이 감독은 "10명이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했을 때 어떤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어떤 사람은 감염되지 않듯 좀비 바이러스도 그런 돌발 상황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봤다"며 "그 변주가 좀비에 대한 관습을 깨 이야기를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좀비들을 피해 숨은 학생들이 학교 탈출 방법을 짜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좀비들을 피해 숨은 학생들이 학교 탈출 방법을 짜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인간이 된 좀비"가 던지는 질문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살아남은 신인류는 시즌1에서 훌쩍 사라진다. 감염 후 완치되더라도 '코로나19 확진자'란 꼬리표로 구분되는 현실과 팬데믹 후의 삶에 대한 비판적 질문으로 읽힌다.

이 감독은 "면역자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를 묻고, 그렇게 서로 다른 집단의 갈등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좀비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결국 희망도 사람에게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이 감독의 얘기다.

이재규 감독의 대표작 사극 '다모' 한 장면. MBC 제공

이재규 감독의 대표작 사극 '다모' 한 장면. MBC 제공

이 감독은 사극 '다모'(2003)를 통해 "아프냐, 나도 아프다"란 명대사를 남겼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어린 아이들이 죽으면 한 사회가 희망을 잃는 것이고, 어른들이 죽으면 그 사회의 노하우를 잃는 것'인데 어느 것이 더 슬픈 일인지에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로 나연(이유미)이 "기댈 데가 없네"라고 한 말을 꼽았다. 그는 "사회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장이 드러나는 등 일부 장면은 지나치게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학교 폭력 피해 여학생이 성 착취 동영상에 찍히고, 또 다른 여학생이 화장실에서 출산하는 장면 등을 보여줘 선정적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이 감독은 "우리 사회의 많은 비극 중 하나라 생각했다"며 "과하게 전달됐거나 불편한 분들이 있었다면 연출자로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이재규 감독과 같은 대학 같은 과 동기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 이재규 감독과 같은 대학 같은 과 동기다. 넷플릭스 제공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

이 감독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과 같은 대학 같은 과 동기다.

"친한 친구라 제가 전화를 했어요. '나도 내년(2022년)에 작품 나가야 하는데 너 때문에 부담돼 죽겠다'고 투정 부렸죠. 그랬더니 '왜 부담을 갖냐, 그냥 내가 먼저 살짝 (세계 시장의) 문만 열어 놓은 건데'라고 하더라고요. 시즌2요? 시즌1이 인간들의 생존기였다면, 시즌2는 좀비들의 생존기를 다루지 않을까 싶어요."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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