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독일 노동이사제와 비교... "한국선 안 돼"
전경련, '국민연금 대표소송, 바람직한가' 좌담회
"국민연금 경영 개입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돼"

최광(가운데)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바람직한가' 좌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최 명예교수,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 뉴시스
대선을 약 한 달 앞두고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나 노동이사제 도입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재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접전을 펼치고 있는 대선 후보들이 이들 목소리를 얼마나 반영해 현 정부 정책을 수정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7일 ‘노동이사제 도입 시 문제점’을 주제로 한 노동정책이슈보고서를 발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의무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제도를 최초 도입한 독일과는 역사적 배경, 이사회 구조 등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경총에 따르면 근로자 대표의 추천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는 노동이사제는 1951년 독일이 최초로 도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을 점령한 연합국은 당시 전범 기업과 중화학공업 기업의 몰수, 해체, 통제를 진행했고, 노조가 기업 국유화와 근로자 경영 참가를 통한 경영 통제를 요구하고 있었다. 연합국 및 노조 요구로 궁지에 몰린 독일 기업들이 난국 타개를 위해 근로자 대표의 이사회 참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경총 설명이다.
한국과 독일에서 노동이사의 역할이 다르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감독이사회와 경영이사회로 이원적 이사회로 구성된 독일에선 노동이사가 감독이사회에만 참여해 역할이 제한적인데, 일원적 이사회인 한국에선 노동이사가 경영에도 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산업별로 조직된 산별노조와 주로 단체교섭을 하는 독일과 달리 개별 기업별로 교섭하는 한국과도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덧붙였다.
노동이사제 운영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경총 질의에 독일경영자총협회(BDA)가 “독일 기업들이 제도의 비효율성과 경직성 때문에 독일법 아닌 유럽연합(EU) 법률을 적용받기 위해 법인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한 것도 소개했다. 결국,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를 감안할 때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노사 간 갈등이 커질 수 있어 “민간 부문으로 노동이사제 도입 확대가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경총 주장이다.

한국·독일 노동이사제 비교. 신동준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에 대해 좌담회를 통해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전경련은 이날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가’라는 주제의 좌담회를 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및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좌담회에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제기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위로 이관하는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을 추진 중인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수장을 지낸 최 명예교수를 내세워 맞불을 놓은 셈이다.
최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내부에 문제가 있거나 기업 수익성이 낮으면 투자를 회수하면 된다”며 “정부든 기금운용 전문가든 누구도 기업 경영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에 개입할 수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까지 수탁위 사용자 측 대표를 맡았던 허희영 한국항공대 총장도 “국민이 맡긴 노후자금을 기업인을 혼내주고 벌주기 위한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면서 “지속 가능한 기금 운용을 위한 제도 개혁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와 허 총장 모두 투자 원칙과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을 철회하고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이 되도록 제도를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 데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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