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국무, 쿼드·한미일 공조 연쇄 순방
習, "군사 블록 반대" 경고 불구 호주 찾아
"우크라 위기 상황인데 中 겨냥하나" 불만
'외교적 보이콧' 이어 베이징올림픽 찬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해외출장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영 불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국면에서 왜 중국을 타깃으로 삼느냐는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미국이 주도한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이어 또다시 재를 뿌리지 않을까 찜찜한 기색이다.
블링컨 장관은 7일 인도·태평양지역 순방에 나선다. 9~12일 호주에 머물며 ‘쿼드(Quad·미국 인도 호주 일본)’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한다. 돌아오는 길에 하와이에 들러 한국, 일본과 3자회담도 연다.
언뜻 평범한 일정으로 비치지만 중국을 겨냥한 키워드가 곳곳에 숨어 있다. 호주는 앵글로색슨 안보동맹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출범 이후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국가다. 시진핑 주석은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군사 블록을 만드는 것에 반대한다”고 적시했다. 중국에 가장 적대적인 3국이 뭉친 오커스를 겨냥한 것이다. 여기에 쿼드까지 가세해 중국을 이중으로 옥죄는 모양새다. 일본은 올해 중국과 수교 50주년이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만 문제에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등 미국과 결속해 사사건건 중국의 발목을 잡아 왔다.

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개막 직전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사진 촬영 도중 이야기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무엇보다 일촉즉발인 우크라이나 사태를 제쳐 놓고 미국 외교수장이 유럽 대륙이 아닌 태평양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것에 중국은 못마땅하다. 신창 푸단대 미국학연구소 부소장은 7일 “우크라이나 상황이 심각한데도 블링컨이 아시아 방문에 나선 건 중국을 노린 미국의 전략 초점이 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쿼드 회담에서 남중국해나 대만 문제 등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 블룸버그는 “블링컨 장관의 일정은 조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응하면서도 중국을 여전히 중요한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 개막 당일 미 해군이 일본 류큐 열도 이남 해상에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한 것에 부아가 치밀었다. 축제가 한창인데 중국의 대양진출 길목에서 무력시위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블링컨 장관이 이번 순방에서 ‘중국 위협론’을 부각시키며 올림픽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표정이다. 신랑차이징은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77%에 달해 이미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다”며 “블링컨의 아태 지역 방문에 미국의 복잡한 심경이 담겼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2월 의욕적으로 동남아 순방에 나섰다가 도중에 중단한 전례가 있다. 동행 기자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정부 지침에 따라 발길을 돌렸다. 당시 중국 매체들은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블링컨의 셔틀 외교가 바이러스에 발목이 잡혔다”고 전했다. 중국이 최대 교역 대상인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긴밀한 관계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훼방꾼이 물러난 듯 비아냥댔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에 맞서 아시아 국가들과 진정한 합의를 이루기는 이번에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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