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관계 라이벌이지만 '꿀 케미'로 재미 더하는
배우 이정화(시벨라 역)·김아선(피비 역) 인터뷰
"웃음에 더 욕심내게 돼" "인생 캐릭터 찾았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는 매 장면이 웃긴 거의 유일한 작품이에요. 그 웃음이 고급스러워요. (이런 코미디가) 더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뮤지컬 배우 김아선)
지난해 11월부터 공연 중인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은 2명의 남자 주인공 비중이 높은 극이다. 그럼에도 그 속에서 '꿀 케미(좋은 궁합)'로 주목받는 여자 배우들이 있다. 한 남자를 가운데 두고 삼각관계에 있는 배우 이정화(시벨라 역)·김아선(피비 역)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두 배우는 모두 "코미디를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안고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솔직하고 야망 있는 시벨라 역을 맡은 이정화는 "관객의 웃음이 터지면 기분이 좋아서 갈수록 웃음에 욕심이 나고,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각자의 첫 등장 장면부터 관객의 웃음보를 터뜨리면서 그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킨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에 사는 가난한 주인공 몬티 나바로가 자신이 유명 귀족 가문(다이스퀴스)의 여덟 번째 후계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백작이 되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다.
2018년 초연부터 함께한 김아선은 이번 시즌에는 단독 캐스팅으로 3개월여간 우아하면서도 시쳇말로 '또라이' 기질이 충만한 피비를 연기하고 있다. 삼연째인 이번 시즌에 "드디어 인생 캐릭터를 찾았다"고 느꼈다고 그는 전했다. "한국은 코미디에 관대하지 않은(인색한) 경향이 있잖아요. 정제된, 내면 연기를 더 좋아하는 그런 거요." 이 작품이 더 알려지길 바란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대사, 행동, 가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매 장면마다 관객을 웃기면서 음악도 훌륭한 이런 작품은 드물다는 자신감에서다. 배우 이정화도 "주연 배우들이 내용 전달을 잘하려면 앙상블이 분위기를 잘 조성해 줘야 하는데, 이 작품은 앙상블의 연기·노래 실력도 정말 좋다"며 거들었다.
역설적이게도 두 배우의 찰떡궁합이 두드러지는 장면은 서로를 '끔찍한 여자'라고 부르며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대목이다. 한 무대에서 노래하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감정선을 살려야 하고, 안무는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적으로 보여줘야 해 어느 무대보다 둘의 합이 중요하다. "노래 자체도 쉽지 않은데 서로를 보지 않으면서 귀로는 서로의 노래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김아선)고 토로했다. 걱정이 무색하게 관객들은 이 장면을 몬티와 피비·시벨라의 삼각관계를 보여주는 넘버 '결혼할 거야 그대랑'과 함께 이 작품의 백미인 장면 중 하나로 꼽는다.
주역인 몬티와 다이스퀴스에 각각 4명의 배우가 캐스팅돼 그 조합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도 이 작품의 묘미다. 이들은 상대 역인 몬티가 누구냐에 따라 자신들의 캐릭터도 조금씩 변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화는 "막내 이상이는 에너지가 넘쳐서 시벨라도 더 애교가 많아지고, 개구쟁이 느낌이 강한 고은성을 만나면 다툼 장면에서 더 끝까지 몰입해 싸우게 된다"며 배우 조합별 특징을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거라는 팁을 전했다.
몬티는 유연석·이석훈·고은성·이상이가, 다이스퀴스에는 오만석·정성화·이규형·정문성이 열연하고 있다. 서울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은 이달 20일까지. 이후 이천(2월 26, 27일)과 천안(3월 4~6일)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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