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협박에 채용 비리까지
끊임없는 이사장 갑질 제보
"전 지점 실태조사·강력 징계 필요"
최근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대구의 한 새마을금고에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 해당 지점 이사장 A씨가 직원들의 멱살을 잡고 발길질을 하는가 하면, 몸을 밀착하고 외모와 신체 특정 부위를 평가하는 성희롱까지 한 일이 고용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 데 따른 행정처분이다. 본부격인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부랴부랴 지난달 19일 A씨를 해임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게 된 건 작년 8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로 대구 새마을금고 직원이 제보를 하면서다. 직장갑질119는 이런 '이사장 갑질'이 대구 한 지점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이사장이 '왕'처럼 군림하는 새마을금고 구조상 갑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딸까지 직원 하인 취급, 임신부 음주 강요도
"이사장 딸이 왕비나 되는 양 유세를 떨고 휴가 가지 말라고 협박합니다." "임신부에게 야근과 음주를 강요하고 이삿짐을 나르라고 직원들을 부르는가 하면, 이사장 자녀 결혼식 청첩장을 고객들한테 전달하래요." "정규직 전환 조건 계약직 채용 공고를 냈는데 채용된 사람은 이사장 자녀와 손자였습니다." "부장이 어깨랑 볼을 만져 거부했더니 소리를 지르고 욕까지 하는 괴롭힘이 시작됐습니다."
모두 지난 한 해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새마을금고 관련 제보들이다. 6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괴롭힘이나 갑질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주요 제보가 두세 달에 한 번꼴로 접수된다. 중앙회에 신고를 해봤지만 소용이 없어 시민단체까지 찾게 됐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앙회 신뢰도 0%… 이사장 '막강 권력' 구조
전국 1,300개 새마을금고에는 1만5,746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지점 대부분이 직원 10~20명의 소규모 업장이다. 회사로 치면 '대표'가 각 지점의 이사장이다. 새마을금고법에서 이사장의 임기는 4년인데, 임기가 끝나도 2번 연임할 수 있다. 최대 12년까지 이사장이 실권을 쥐는 셈이다.
이사장의 힘을 견제하는 노동조합이 있긴 하지만 힘이 있을 수가 없다. 노조에 가입한 인원이 전체 직원의 2%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중앙회의 소극적인 조사와 징계다. 신고를 해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조사를 한다 해도 경징계에 그친다고 직원들은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중앙회가 전국 지점을 대상으로 '직장갑질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익명 신고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직원들도 갑질 증거를 최대한 모으고 용기를 내 제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번 대구 사건도 이사장 갑질과 성추행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휴대폰 녹음 등 증거자료를 확보한 직원들과 직장갑질119가 노동청에 신고하면서 행정명령까지 받아냈다.
이진아 직장갑질119 노무사(이산노동법률사무소)는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농협, 저축은행 등의 지점들은 사업장이 소규모인 데다 이사장 권력이 막강해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발생해도 피해자가 신고하기까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며 "중앙회에서 이런 일을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순간 피해자는 더 고립되기 때문에 중앙회에서 먼저 선제적 점검과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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