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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잡는 무티' 메르켈의 빈 자리… 우크라 사태서 유럽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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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잡는 무티' 메르켈의 빈 자리… 우크라 사태서 유럽 안 보인다

입력
2022.02.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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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에르도안, "서방은 그저 장애물"
'힘의 불균형' 커져 미국 의존도 높아져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지난해 3월 베를린에서 연방정부·16개 주총리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속화 방안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지난해 3월 베를린에서 연방정부·16개 주총리와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속화 방안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물러난 지금, 유럽에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귀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은 셈이다. 유럽의 목소리가 힘을 잃은 사이 터키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극 뛰어들며 존재감을 뽐내는 형국이다.

이날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불행히도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며 “서방은 말 그대로 장애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메르켈 전 총리의 부재를 언급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문제를 긍정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꼬집었다.

실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0만 명의 병력을 집결시키며 긴장이 격화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유럽의 발언권은 부재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최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수 차례 러시아와 협상을 벌였지만 유럽연합(EU)은 이 과정에서 직접적인 협상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했다. 러시아어에 능통한 메르켈 전 총리가 ‘푸틴 잡는 무티(Muttiㆍ엄마)’라고 불리며 서방 국가와 러시아간 중재자로 활약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이 같은 리더십을 보이는 지도자 역시 눈에 띄지 않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힘의 불균형'이 커지는 점도 이유로 꼽는다. 안보, 방위 등의 측면에서 유럽이 미국에 크게 의존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는 얘기다. 유럽의 방위는 미국과 나토에 의해 보장되고 있다. 대부분의 EU 회원국이 나토에 속해있고, 나토는 미국의 군사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AP통신은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이후 군사비 지출을 줄여온 유럽 국가들은 이제 역내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대규모 충돌을 막는 데 미국의 힘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외교 정책과 방위 문제 등에 대한 EU 회원국간 단합 부족과 이견이 유럽을 ‘구경꾼’에 머물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의회(ECFR) 제러미 셔피로 연구원은 AP통신에 “현 상황은 ‘유럽인과 접촉할 필요가 없으며 그저 미국인들과 이야기하면 된다’는 러시아의 시각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위기 해법이나 긴장 고조 모두 미국과 러시아 채널을 통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의 입김이 줄어든 틈을 터키가 파고들고 있다. 터키는 구소련 견제를 위해 창설된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친(親) 러시아 행보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자국에 배치하기도 했다. 서방의 대(對) 러시아 제재를 반대하기도 했다.

동시에 흑해를 사이에 둔 우크라이나와도 우호 관계를 유지해왔다. 지난달에는 우크라이나에 터키제 무인 공격기를 지원했고, 전날에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을 주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제안을 환영하면서 “단호하고 굳건한 지지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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