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62조·연구개발 360조 지원
먼저 가결한 상원 법안과 병합 심사
삼성 등 한국기업도 지원 대상될 듯
4일 미국 워싱턴 하원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경쟁법안' 표결을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 하원이 미국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대규모 대중(對中) 견제법안을 가결했다. 지난해 6월 상원이 ‘미국혁신경쟁법안’을 통과시킨 지 8개월만에 이어진 조치다. 특히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맞춰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미국경쟁법안’을 상정하고 표결을 실시, 찬성 222표, 반대 210표로 통과시켰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둔 이 법안은 3,000억 달러(한화 약 360조 원)를 연구ㆍ개발 투자에 배정하고, 반도체 제조에 520억 달러(62조 원)를 지원토록 했다.
공급망 차질 완화를 위해 6년간 450억 달러(53조 원)를 지원하는 방안, 시장을 왜곡하는 중국의 무역관행에 맞서기 위해 반덤핑 규정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미국의 무역규정을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지난해 상원을 통과한 법안과 병합해 심사를 받게 된다. 이후 단일 법안이 만들어져 상하원 본회의에서 가결 처리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공포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앞서 상원은 지난해 6월 반도체 분야 지원에 520억 달러, 기술연구 분야에 1,900억 달러를 지원해 대중 경쟁력을 키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표결에 앞서 “(이 법안은) 공급망 문제에 있어 미국을 자급자족하게 만들어 (미국이)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상원과 신속한 협상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법안 통과를 촉구해온 바이든 행정부는 즉각 환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하원이 오늘 더 강한 공급망과 더 낮은 물가, 더 많은 제조업과 미국 내 좋은 일자리, 21세기에 중국 등 전세계를 능가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표결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반도체 분야 520억 달러가 이 법안의 가장 시급한 부분”이라며 상하원 협상에 몇 달씩이나 걸려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또 기업이 미국에서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면,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는 삼성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도 미국에서 관련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면 지원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라 주목된다.
시점 역시 눈길을 끌었다. 하원 표결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직후에 이뤄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에 선수만 파견하고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이른바 ‘외교적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개막식에 맞춰 중국 견제법안까지 통과시키면서 양국 갈등 수위는 한층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이날 표결은 당론에 따라 극명히 갈렸다. 법안 통과에 찬성한 공화당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하원 공화당은 법안 마련 과정에 배제됐다며 민주당을 성토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참여를 거부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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