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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법 위반에 수백억 부당이득... '인천 지하도상가 조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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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법 위반에 수백억 부당이득... '인천 지하도상가 조례' 논란

입력
2022.02.10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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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의식했나... 시의회, 전대 등 금지 유예 연장.
인천시·행안부, 조례 무효 소송 대법원에 제기

인천 신포지하도상가. 인천시설공단 제공

인천 신포지하도상가. 인천시설공단 제공

세금으로 지어진 공공시설을 빌린 임차인이 해당 시설을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해서 원래 임대료의 12배가 넘는 임대료를 챙긴다면 어떨까. 현행법상 공공시설을 이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전대)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이 같은 일이 인천 시내 지하도상가에서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9일 인천시와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4일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를 행정안전부와 인천시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포했다. 기존 조례는 2020년 인천시가 지하도상가의 전대, 양도·양수를 금지하되, 지난달 말까지 시행을 2년간 유예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공포된 개정 조례는 이 유예기간을 2025년까지 3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유재산법에 따르면 지하도상가 등 행정재산 사용·수익 허가를 받은 사람은 이를 재위탁할 수 없다”며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2년 유예기간을 두고 2020년 조례를 개정했지만, 시의회가 이를 무력화했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 당시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인천시에 ‘상위법 위반’ 문제를 들어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을 권고했다. 지적 사항이 개선되지 않자 2019년 감사원까지 나서 공공시설물 전대를 통한 부당 수익이 추정된다며 시정을 명령했다. 특별·광역시 중 전대 등을 조례로 허용한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감사원은 "부평역지하도상가의 경우 임차인들이 인천시에 납부하는 연대부료(점포당 평균 198만 원)의 12.2배에 달하는 연임대료 수입(평균 2,424만 원)을 올리고, 임차권 양도·양수 시 평균 4억3,763만 원의 권리금까지 받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부당 이득 규모를 연간 459억7,514만 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인천시가 2020년 지하도상가 전대를 금지하되 올해 1월까지 2년간 유예기간을 두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하자, 임차인들은 인천시가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반발하는 등 거세게 저항했다. (개정 전) 조례를 믿고 거액의 권리금을 들여 들어왔는데 인천시가 자신들을 하루아침에 범법자로 만들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앞에서 연일 요란한 시위가 이어지자 시의회는 전대 등 제한 유예 기간을 2025년까지 3년 추가 연장하고 지하도상가를 용도 폐지 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한 조례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14일 의결했다. 인천시가 ‘그래도 상위법에 위반된다’고 반발하자 시의회는 같은 달 29일 매각 조항만 삭제한 새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인천시 관계자는 “유예 기간 연장은 부당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 소송과 조례 효력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며 “재개정에서 불법 사항이 해소되지 않자 행안부까지 나서 대법원에 제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명백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알려지지 않은 일부의 부당이득을 보장하는 조례의 생명 연장에는 인천지역 국회의원들도 한몫하고 있다. 행안부가 해당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하자 이성만(부평구갑) 의원 등 인천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일 성명을 내고 "민생을 돌보지 않는다"며 행안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문제의 조례를 통과시킨 시의회의 신은호 의장은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 시기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상위법 위반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 생계가 절박한 상황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인천 지하도상가는 지난해 말 기준 15곳으로, 점포 수는 3,474개(공실 포함)에 이른다. 이 중 56.8%(1,972개)는 임차인이 직접 운영하지 않고 전대한 점포다.

인천 부평중앙지하도상가. 인천시설공단 제공

인천 부평중앙지하도상가. 인천시설공단 제공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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