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먹좀벌 1200만 마리 사육해
송이 주산지 등에 방사… '안전 방제'
향후 5년간 방제지역 정밀 모니터링
천적 방제기술 고도화 나설 계획
솔잎혹파리는 송충이 재선충과 함께 대표적인 소나무 해충으로 악명이 높다. 요즘은 재선충에 가려 사라진 것 같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
3일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솔잎혹파리 피해 면적은 2만8,000㏊로 경북에서도 영양·봉화 등을 중심으로 3,000㏊에서 발생했다. 발생 면적의 95%는 피해가 비교적 가벼운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방치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어 산림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이 다른 지자체에서 중단한 천적 방제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천적 방제는 솔잎혹파리의 천적인 먹좀벌을 사육해 솔잎혹파리 우화(유충이 성충이 되는 것) 시기인 5~7월 피해 지역에 방사하는 것으로, 국내에선 1979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연구원에 따르면 우화 직후의 성충은 새로 난 소나무 잎에 산란을 한다. 부화한 유충이 수액을 빨아먹는 바람에 솔잎을 마르게 하고, 소나무는 생장을 멈추고 심하면 죽게 된다.
천적 방제법은 천적인 솔잎혹파리 먹좀벌을 사육해 솔잎혹파리 우화 시기에 피해지역에 방사하면 천적이 유충에 기생해 죽게 한다. ‘싹쓸이’는 아니지만, 소나무가 정상적으로 생장하는데 지장 없는 수준으로 방제 효과가 있다.
다른 지역에서 시행하는 화학 방제는 소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거나 주사기를 찔러 방제약을 주입하는 수간주사로 솔잎혹파리 유충을 죽게 하는 방식이다. 인건비가 비싸 피해가 심하거나 문화재 주변지역 등에서 제한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과거에 많이 했던 항공 방제는 작업이 빠르고 저렴하지만, 꿀벌이 몰살하는 등 부작용이 커서 요즘엔 거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수간주사나 항공방제 모두 상수원 보호구역이나 임산물, 특히 송이버섯 생산지역에선 할 수 없는 방제법이다. 결국 천적 방제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힌다. 국내 최대 송이산지인 경북에서 천적 방제를 고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북도는 이달 7~28일까지 솔잎혹파리 피해 지역에 대한 천적 방사 신청을 받는다. 피해 정도가 20~50%인 지역으로, 화학 방제가 어려운 곳이 대상지다. 올해는 1,200만 마리 이상의 솔잎혹파리 먹좀벌을 사육해 600㏊가량의 산림에 방사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먹좀벌의 생태를 추적해 모니터링하는 등 보다 효과적인 방제법 개발도 시도하고 나섰다. 월동하는 먹좀벌의 비율과 이듬해 추가 방사하지 않아도 방제하는 정도 등을 올해부터 5년간 정밀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엄태인 산림환경연구원장은 “솔잎혹파리 천적 방제는 전국에서 우리 연구원이 유일하게 하는 사업으로, 산림병해충을 친환경적이며 항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요 과제”라며 천적 방제기술을 포기하지 않고, 더욱 고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