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외지인 저가 아파트 이상거래 570건 적발
법인 명의로 공시가 1억 이하 33채 쇼핑도 걸려
갭투기로 현지인에게 비싼 가격에 되팔아
#.미성년자가 임대보증금 승계 방식(갭투자)으로 지방 아파트 12채를 사들였다. 모두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이지만 ‘아빠 찬스’가 있었다. 임대보증금 외 필요한 자금은 부친이 매도인에게 송금했다. 정부는 이를 편법증여 행위로 판단, 국세청에 관련 자료 분석을 의뢰했다.
#.한 법인은 회사 명의로 저가 아파트 33채를 쓸어 담으면서 임대보증금 외 필요한 돈은 법인 대표 개인에게서 전액 조달했다.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탈세 의심 사례로 국세청이 조사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전국에서 법인·외지인이 매수한 저가 아파트 거래를 분석해 위법 의심 사례 570건을 적발, 관계기관에 통보했다고 3일 밝혔다.
대표적인 저가 아파트 매입 수법은 '갭투기'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통상적인 아파트 거래에서 평균 자기자금 비율은 48.1%, 임대보증금 승계 비율은 23.9%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평균 자기자금 비율이 29.8%, 임대보증금 승계 비율이 59.9%로 분석됐다. 법인과 외지인은 일반적인 거래보다 본인 돈을 적게 들여 아파트를 몽땅 사들인 셈이다.
법인·외지인의 평균 매매차익은 1,745만 원으로, 전체 저가 아파트 거래의 평균 차익(1,446만 원)보다 20.7% 높았다. 이들의 평균 보유기간은 129일(약 4개월)에 불과했고 매도 상대방은 현지인(40.7%)이 가장 많았다.
국토부는 "법인·외지인이 저가 아파트를 갭투기로 사들여 거래 가격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수요자에게 매도해 높은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거래가액 중 임대보증금 비율도 높아 향후 집값 하락 때 '깡통 전세'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는 다주택자가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수요의 먹잇감이 돼왔다. 정부는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에서 보유주택 수에 따라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올렸지만 공시가격이 1억 이하면 주택 수에 상관없이 기본 취득세율(1.1%)이 적용됐다.
규제지역이 아닌 곳에서는 양도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법인·외지인의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2020년 7월 29.6%에서 12월 36.8%, 2021년 8월 51.4%까지 증가했다.
공시가격 1억 원 이하 아파트가 다주택자의 투기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동안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였다. 가족간 편법증여나 법인 대표 자금차입 등으로 적발되면 국세청의 탈세 분석, 미납세금 추징이 뒤따른다. 법인 명의신탁으로 적발될 경우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편법증여, 명의신탁, 법인탈세 등 위법·불공정행위 일체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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