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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가를 보면 국제유가가 보인다

입력
2022.02.04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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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3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근접하는 가운데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주가의 국제유가에 대한 선행성을 고려하면 유가는 점차 안정될 전망이다.

2000년 1월에서 2022년 1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코스피(KOSPI)와 두바이유 가격은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구체적으로 코스피가 두바이유에 1개월 선행하면서 상관계수는 0.56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둘 다 세계 경제의 현황과 미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9%로 매우 높았다. 따라서 세계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하면 우리 수출이 늘고 경제성장률이 올라가게 된다. 물론 이때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기업 수익이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한다. 세계 경제가 좋을 때 원유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유가도 오른다. 그래서 우리 주가와 유가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변동하는데, 코스피가 1개월 정도 먼저 세계 경제 상황을 반영해 왔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다가 코스피가 올해 들어서 1월 한 달 사이에 10.6%나 떨어졌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은 수출 둔화를 시사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코스피와 일평균 수출금액 사이에 상관계수가 0.84로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월 1일 전월의 수출입 통계를 발표한다. 세계에서 수출 통계를 이렇게 빨리 발표하는 나라는 없다. 그만큼 우리 전산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의미이다.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금액에도 1개월 정도 선행하고 있다. 1월 코스피의 급락으로 미뤄보면 조만간 수출 증가세가 꺾일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상품이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는 곧 낮아지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예측 기관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점차 낮춰가고 있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4.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0월 전망치 4.9%에 비해 0.5% 포인트 낮춘 것이다. 특히 세계 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4.0%로 크게 떨어뜨렸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이보다도 더 낮아질 전망이다. 예측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진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의 'GDPNow'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경제는 연율로 0.1% 성장할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 오미크론 감염 확산 등의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미국 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줄어들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도 5.6%에서 4.8%로 낮췄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원유 수요가 줄고 국제유가도 하락할 전망이다. 물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 지정학적 분쟁이 있다면 유가는 일시적으로 급등할 수도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이 한국 경제를 세계 경제의 '풍향계'라 한다. 그만큼 한국의 주가와 수출이 세계 경제의 현황을 미리 반영한다는 의미이다. 한국 주가 하락 다음에 올 유가 하락은 인플레이션율을 낮출 것이나 그만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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