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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배터리 전쟁, 한국의 경제안보는 안전한가

입력
2022.02.03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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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김연규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편집자주

21세기에 새로운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강대국 세력 경쟁과 개도국 경제발전을 글로벌 기후변화와 에너지 경제의 시각에서 살펴본다.

미중 패권경쟁의 패러다임이 기존 군사안보에서 첨단산업과 기술로 옮겨가고 있다. 미 중 등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첨단 산업과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갖지 않으면 세계를 지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21년 미국과 유럽은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의존형 글로벌 공급망구조를 개편,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주요 공급망을 국내 분업체계 중심으로 내재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세계 지역 간 분업화의 결과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공급망과 동아시아 중심의 제조 능력은 이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글로벌 반도체 국제분업체제 하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주로 공장 없이 팹리스라고 불리는 반도체 설계 및 개발에 치중했고, 일본과 네덜란드는 반도체 장비를 제조했으며, 한국과 대만은 파운드리라고 불리는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였다. 전 세계 반도체 제조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밖에 되지 않는다. 70% 이상을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 생산한다. 2019년 기준으로 대만이 20%로 가장 앞섰고, 한국 19%, 일본 17%, 중국 16% 순이다.

미국은 중국의 위협 아래 있는 대만의 지정학적 요인을 고려해볼 때, 대만에 의존해 있는 현재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판을 완전히 바꿀 충분한 이유가 있다. 미국이 설계한 반도체 칩의 63%를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생산하고 있는 현재의 구조는 안전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기반을 확충하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미국의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다시 선언하고 아리조나주에 2개의 반도체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 세 차례나 백악관이 주재하는 반도체회의에 참석한 후 2021년 11월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 규모의 제2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건설을 발표했다.

미국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할 수 없도록 제재를 가했다. 삼성이나 TSMC는 이미 7나노 5나노 공정의 양산 체제에 돌입한 데 반해 중국 파운드리 1위 기업 SMIC는 14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다. 14나노에서 7나노로 가는 데는 약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제조 2025'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목표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2020년 현재 달성률은 15.9%였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까지는 19.5%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글로벌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보다 한국 중국 일본 3국에 제조능력이 더 집중돼 있다. 배터리 셀 제조를 위한 대형 시설인 기가팩토리 숫자만 보더라도 중국은 93개 미국은 4개에 불과하다. 2021년 한 해 동안 미국은 글로벌 배터리공급망 재편과 미국 내 배터리 제조기반 확충을 위해 주목할 만한 정책들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미국 내에 40여 개의 배터리공장들이 신규 건설될 예정이다. 2025년까지 13개가 우선적으로 건설될 것이다. 13개 시설 가운데 우리 배터리 3사가 11개 시설에 참여하고 있어 2030년까지 미국 신규 배터리 제조능력의 70%가 우리 기업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중국 간 반도체와 배터리 '군비경쟁'의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우리 반도체와 배터리산업의 취약성을 파악하여 향후 5년을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김연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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