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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ㆍ혈압을 잘 조절하면 '몸속 정수기' 고장 막을 수 있어

입력
2022.02.02 20:32
수정
2022.02.0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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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콩팥병, 원인의 70%가 당뇨병ㆍ고혈압

만성콩팥병 환자가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만성콩팥병 환자가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기능을 하는 ‘몸속 정수기’다. 여러 가지 원인 질환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져 노폐물을 제거하지 못하고 수분과 전해질 조절이 적절하게 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만성콩팥병은 콩팥 기능의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은 2020년 25만9,116명으로 2015년(17만 576명) 대비 5년간 51.9% 증가했다.

만성콩팥병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49.8%)과 고혈압(20.5%)으로 전체 환자의 70% 정도를 차지한다(2020년 기준).

사구체신염도 원인의 하나다. 콩팥에 있는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絲球體ㆍglomerulus)는 몸에서 혈액이 여과돼 소변이 만들어지는 첫 번째 장소이자 콩팥의 거름 장치다. 사구체에 염증과 손상이 생기는 것이 사구체신염이다.

이 밖에 유전성 콩팥 질환인 다낭성 콩팥 질환, 자가면역질환, 진통제 등 약물 남용, 결석이나 전립선 비대로 인한 만성적인 요로폐색도 원인일 수 있다.

윤혜은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라며 “주원인인 당뇨병과 고혈압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뇨병ㆍ고혈압을 적절히 조절해야

만성콩팥병은 병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없다. 말기 신부전 직전에 도달할 때까지 모르고 지낼 때가 많다.

콩팥 기능은 정상(1기), 약간 감소(2기), 다소 감소(3기), 많이 감소(4기), 투석 임박(5기) 등 환자 상태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한다. 1~3기 환자에게서 임상적인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콩팥 기능 저하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이 비교적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하면 신(腎)대체요법이 불가피하다. 신대체요법은 콩팥 역할을 대신한다는 의미로 혈액 투석, 복막 투석, 콩팥이식을 말한다.

지난해 대한신장학회에서 발표한 2020년 국내 신대체요법 유병률은 14만5,006명으로 혈액 투석 11만7,398명(81.0%), 복막 투석 5,724명(3.9%), 콩팥이식 2만1,884명(15.1%)이다.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쉽게 피로하고 , 기운이 없어지고, 밥맛이 떨어지고, 다리에 쥐가 잘 나고, 소변을 자주 보며 특히 밤에 심하다.

또 몸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발과 발목이 먼저 붓기 시작해 다리까지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상태가 심해지면 온몸이 붓기도 한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치료 약물은 대개 면역 억제제 혹은 생물학적 제제가 주로 쓰인다”며 “만성콩팥병이 3기 이상으로 진행됐다면 콩팥이 손상되는 속도를 느리게 하고 합병증을 조절하는 방법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수분ㆍ염분 섭취 줄여야

만성콩팥병이 위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고, 또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우선 몸의 체액량 증가로 폐부종, 악성 고혈압과 심한 호흡 곤란이 발생한다. 또 전해질과 산염기 불균형으로 서맥(徐脈)이나 부정맥, 심장 정지 등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노폐물이 과다 축적되면 의식 저하나 경련·발작이 동반되는 신경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응급상황에서는 콩팥 외에 다른 장기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몸 전체가 건강하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만성콩팥병은 식습관이 중요하다. 좋은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게 먹거나 피해야 할 것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콩팥병은 단백질ㆍ칼륨ㆍ인 섭취를 줄여야 한다. 단백질을 과다 섭취하면 콩팥에 부담을 줘 콩팥 기능을 더 빨리 악화시킬 수 있다. 병의 정도나 환자에 따라 단백질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만성콩팥병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륨의 양이 제한되므로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칼륨은 생 채소나 과일에 많이 들어 있다. 생 채소는 끓는 물에 데친 후 여러 번 헹궈내는 방법으로 섭취를 줄일 수 있다.

곡물류ㆍ유제품ㆍ초콜릿 등에 많이 함유된 인도 콩팥에서 배설되는 물질이다. 인이 배설되지 않고 체내에 쌓이면 피부가 가렵거나 뼈가 약해질 수 있다.

윤혜은 교수는 “만성콩팥병은 몸속 수분과 염분 조절 장애가 있는 질환인 만큼 특히 수분과 염분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부종이 악화될 수 있고, 염분 섭취가 많으면 붓고 혈압이 높아질 위험이 있기에 염분 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단백뇨 여부 확인해야

만성콩팥병은 원인 질환을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흔한 원인인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또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콩팥 기능 저하로 여러 합병증이 동반되는 만큼 빈혈ㆍ대사성 산증 등 합병증을 치료하는 것이 콩팥 기능 저하를 늦추고 다른 장기 기능 저하를 억제할 수 있다.

특히 소변에서 단백질이 과다하게 나오는 단백뇨는 콩팥이 손상된 것을 나타내는 조기 지표다. 단백뇨가 나오는지 정기검사가 필요하다. 사구체신염도 초기 단백뇨 증상이 나타난다.

이 밖에 진통소염제나 생약의 장기적인 복용도 콩팥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무분별하게 먹지 말아야 한다.

윤혜은 교수는 “콩팥은 기능이 50%까지 상실할 때까지도 별다른 이상 신호를 보내지 않아 심각한 상태가 돼서야 발견될 때가 많다”며 “40세 이상이라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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