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곳 표본 조사 결과 위험 요인 119건 지적
타워크레인 고리 안 닫히고 계획서 없이 작업
서울시내 고층 빌딩과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38곳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안전사고와 직결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다수 확인됐다. 지난달 11일 붕괴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같은 사고가 인구 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2021년 타워크레인 안전 점검 결과 보고'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27일부터 11월 19일까지 서울 시내 38개소 타워크레인 사용 공사 현장을 점검한 결과 119건의 지적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기계 분야 결함이 21건이나 발견됐다. △구조물을 걸어 옮기는 '훅(고리)' 해지 장치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인양물 이탈·추락 가능성이 있는 경우 △타워크레인을 건물 외벽에 지지하는 '브레이싱'이 구조 검토 계획서와 달리 설치돼 있었던 경우 △타워크레인 바닥 부분인 기초부가 침수돼 있는 경우 △타워크레인이 독립전원을 사용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 등이다.
광주 붕괴사고 자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영근 타워크레인 설치해체기술협회장은 "독립전원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동 중이던 크레인 회전부가 갑자기 멈춰 반작용으로 인한 추락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업 계획서와 대여 기록부 등 관련 서류 작성 미비 등 안전관리 분야에서도 46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일일 점검 기록부 등 안전 관련 점검서류가 현장에 없거나, 작업 계획서 없이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타워크레인 작업자의 적정 작업 유무가 즉시 확인되지 않거나 자격증이 비치돼 있지 않은 경우,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자와 조종사·신호수에 특별 안전 교육이 없었던 경우도 5건 확인됐다.
서울시의 이번 조사는 시 안전관리자문위원(전문기술인) 가운데 민간전문가와 합동으로 '타워크레인 현장점검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는 표본조사였던 만큼 실제 위험 작업장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시내에는 총 214개 공사 현장에서 359대의 타워크레인이 작업 중이다. 타워크레인이 가장 많이 설치된 자치구는 강동구(57대)였으며, 강남구(48대), 서초구(37대), 영등포구(28대), 구로구(16대)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20년 용산구 IDC 건축현장 사망사고를 포함해, 최근 5년간 타워크레인 사고로 3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44명이 다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